인연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 갈 때면 항상 보이곤 하는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흥미가 가지 않아 펴보질 않았었다.(겉표지와 책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항상 스테디셀러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뭔가 있길래 꾸준히 팔리겠지싶어 펼쳐봤는데.기쁘게도 바로 내가 좋아하는 촉촉하면서도 지혜가 담긴 수필인 것이었다.(나는 사람도 촉촉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좋다^^)

예전엔 잘 못 느끼던 사실인데 아직 젊은 사람보다는 연세가 있는 분들의 에세이나 글들에서 많은 배울 점들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글엔 생각처럼 딱딱한 교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늙은 사람들의 기우 섞인 글도 아니다. 이미 인생여정의 80%를 지나오면서 몸소 체험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는 자기만의 어떤 깨달음이 있고 삶의 철학이 글들마다 담겨져 있다.

어떤 직업을 갖건 공부를 많이 하고 적게 하던 간에 평생을 살고 노인이 될 쯤이면 자기만의 깨달음과 철학을 가지게 된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물론 젊은 사람이 그들의 글을 읽는다고 해서 그 평생을 걸려 얻은 깨달음을 고스란히 얻을 수는 없지만 한단계 더 성숙해질 수도 있고 또한 앞으로의 자기 삶에 좀더 의미 있는 충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지 않는가.

주위의 어른들이 요즘 사람들은 감성이 메말랐다고들 하신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예외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어쩌면 그 요즘 사람들에 나도 포함이 (당연히) 되지 않나 싶다. 옛 여인들은 전쟁통에도 깨어진 항아리뚜껑에 분꽃을 심어 물을 주고 가꿨다고 한다. 하지만 나나 내또래 사람들은 꽃을 보거나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식물을 가꾸는 감성을 가지진 못한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 여유와 생활의 한가함이 생기면 그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은 하지만 역시 지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책은 읽는 이의 고요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건조하고 피폐한 마음을 풍요롭게 하거나 감성을 깨워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피천득의 [인연]은 참말로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수필집 한 권에 부모에 대한 사랑이 있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으며 젊은이의 가슴 뛰는 사랑도 있다.
또 그뿐이랴.. 추억과 우정과 꿈들이 있다. 일생에 문학책 한 권 읽지 않고 성공하거나 출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길 소망하는 사람은 이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이런 촉촉한 글읽기를 게을리 하면 안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