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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객 - 미디어 속의 기술문명과 우리의 시선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자? 학식이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책의 저자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성찰을 위한 독서이다.
‘기묘하게도’ 성찰의 초점은 기술문명에 맞춰져 있다. 기묘하다고? 사실 기술문명은 이미 우리에게 이식된 신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문명에 대한 성찰은 삶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궁극적인 임무인 인문학 일반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간 ‘인문학이 소외되었다’고 여겨온 사람들이 많았다.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듯이’ 인문학을 여기게 함으로써 인문학을 고립시켜버린 반대급부도 있었다.
기술문명에 대한 성찰은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이라는 제도화된 분야만의 고민거리가 아니어야 한다. 그것은 모든 학문분과가 다루어야 할 '유비쿼터스적인' 주제임에도 그것을 외면한 채 안주하려 하는 인문학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저자의 전작 제목을 빌자면, 이 책은 열광의 대상이었던 기술문명에 대해 성찰의 시선을 던짐으로써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과학에세이’로 묶여왔던 기존의 많은 책들과 구별된다.
기술문명에 대한 성찰은 우리에게 분명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더 이상 여러 기술적 산물들과 그 영향들을 '기술문명'이라고 묶어서 낯설게 부르지 않는 것이 시사하듯이, 각각의 주제에 대한 성찰들이 보다 세분화된 논의들로 진전되어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기술문명'에 관한 책을 읽는 독자는 매우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