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하죠. 지금 여섯살 제 딸 아이가 자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어른인 저는, 오늘 하루도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그 결정의 책임감과 여파를 생각하면'어른'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런 결정을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책 표지와 '지각' 제목만 봤을 땐, 워킹맘으로 아침 출근길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일상의 이야기일까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밀리는 출근길 도로에서 길 잃고 헤매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못본 척, 구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딱히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다만 구해줄 용기가 없을 뿐이죠. 적지않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렇듯이요. 한 사람은 달랐어요.차를 멈춰 세웠어요. 검은 새들이 날아가는 잿빛 하늘의 모습굵은 빗줄기가 가득한 모습만 그린 페이지에는 글자가 없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한참을 다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여러 많은 상상을 했어요. 아기 고양이가 잘못된 걸까?한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차에 타고 있어요.그 한 사람만은 용기를 내었어요. 파르르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했어요. 첫 면지와 같은 장소는 마지막 면지에서 맑게 개인 하늘로 바뀝니다. 오전 8시 15분의 그 정체된 현장은오전 9시를 기점으로 점차 해소될 것으로전망된다고 해요. 그 '지각'이 한 생명을 구했다면-비록 갓 태어난 동물일지라도-그 '지각' 은 가치있는 지각이 아니었을까요?"모두 지각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늘은 지각해도 좋은 날입니다."책장을 덮으며.이야기 속 질문부터 이야기 밖 질문까지 많은 질문거리가 생각나네요. 독자로서 나 스스로에게, 부모로서 아이에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들이요 네가 이런 상황이라면 못본 척 지나갔을까? 아니면 그 한 사람처럼 아기 고양이를 구했을까?아기 고양이를 못본 척 지나간 사람들은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옳은 선택일까?그렇게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은 정당한 일일까?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일상의 이야기라 더 많이와닿기도 했지만, 특히 요즘처럼 힘들고 슬픈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니 이 그림책이 던지는 메시지의 울림이 더욱 큽니다. 한 개인으로서 나부터 살아가며 마주치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인간이되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러한 용기가 비난받지 않고 존중되고 수용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지각 #허정윤작가 #이명애작가 #위즈덤하우스 #스콜라창작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