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스콜라 창작 그림책 38
허정윤 지음, 이명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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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하죠.
지금 여섯살 제 딸 아이가 자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어른인 저는,
오늘 하루도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그 결정의 책임감과 여파를 생각하면
'어른'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런 결정을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책 표지와 '지각' 제목만 봤을 땐,
워킹맘으로 아침 출근길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일상의 이야기일까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밀리는 출근길 도로에서 길 잃고 헤매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못본 척, 구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딱히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다만 구해줄 용기가 없을 뿐이죠.
적지않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렇듯이요.

한 사람은 달랐어요.
차를 멈춰 세웠어요.

검은 새들이 날아가는 잿빛 하늘의 모습
굵은 빗줄기가 가득한 모습만 그린 페이지에는 글자가 없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한참을 다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여러 많은 상상을 했어요.
아기 고양이가 잘못된 걸까?

한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차에 타고 있어요.
그 한 사람만은 용기를 내었어요.
파르르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했어요.

첫 면지와 같은 장소는 마지막 면지에서 맑게 개인 하늘로 바뀝니다.
오전 8시 15분의 그 정체된 현장은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요.

그 '지각'이 한 생명을 구했다면
-비록 갓 태어난 동물일지라도-
그 '지각' 은 가치있는 지각이 아니었을까요?

"모두 지각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늘은 지각해도 좋은 날입니다."

책장을 덮으며.이야기 속 질문부터 이야기 밖 질문까지 많은 질문거리가 생각나네요. 독자로서 나 스스로에게, 부모로서 아이에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들이요

네가 이런 상황이라면 못본 척 지나갔을까?
아니면 그 한 사람처럼 아기 고양이를 구했을까?
아기 고양이를 못본 척 지나간 사람들은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옳은 선택일까?
그렇게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은 정당한 일일까?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일상의 이야기라 더 많이
와닿기도 했지만, 특히 요즘처럼 힘들고 슬픈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니 이 그림책이 던지는 메시지의 울림이 더욱 큽니다.

한 개인으로서 나부터 살아가며 마주치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러한 용기가 비난받지 않고 존중되고 수용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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