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걸작선 5
스티븐 킹 지음, 김현우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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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수라도 본다면 공포의 단상들이 어김없이 꿈에 나타난다.
그런데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포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최고의 장르라고,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덕분에 킹의 소설들을 접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벼르고 벼르다 올 여름에 이 책을 들었다.
평이 좋아서 주문한 책이 오기 전까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읽고 난 감상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너무 기대했었나 부다!!)
내가 바라던 공포는 은연 중에 묻어나는 ‘그 무엇’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집 속에 등장하는 악령들은 도무지 내 취향이랑은 먼 애들이다.
특히 <예루살렘 롯>이나 <옥수수밭의 아이들> <맹글러> <트럭> <정원사>에 나오는 녀석들은
말하기가 뭐하지만, 너무 직접적이고 악령스럽다.
내가 원한 건 선악이 결합된 문제적 인물이었는데,
이들은 그냥 공포를 위한 소품이라는 느낌이 강할 뿐,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킹의 소설이 싫었던 건 아니다.
그가 만든 몇몇의 캐릭터가 날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난 이 때마다 킹이 공포를 쥐어짜지 않고,
노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벼랑>에서의 심리묘사는 과연 최고였다.
여인과 자유를 위해 43층의 건물난간을 한 바퀴 도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단순한 스토리지만 단편이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있다.

또 <철야근무>와 <옥수수밭의 아이들>에 나오는
오래된 지하실과 황량하고 누런 옥수수밭은
공포를 극대화하는데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색물질> 역시 보기에 깔끔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인상적이었고,
<도로를 위해 한잔>에서는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 발견한 딸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단연 <부기맨>이다. 
이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불안감을
너무도 잘 간파해낸 영리한 소설이다.
그의 다른 단편은 세상엔 여러 공포가 있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 있지만, 
<부기맨>에서는 킹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네게도 이런 공포가 숨어 있지 않아?’
정말 이럴 땐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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