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원숭이를 만화에서 본 것 같다. 마술이 덜익은 어린 마법사가 원숭이 변신에 실패하여 손발 없이 구르고 있는 있고 그 모습을 보고 어린 마법사의 친구들은 까르르 웃어대고 있을 것 같다. 만화대로라면 원숭이도 팔다리를 다시 찾고 제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원숭이는 죽는 순간까지 제 팔과 다리를 가져보지 못한다.

워낙 사진발이 잘 받는 원숭이지만 어느 순간 가엽다는 생각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원숭이나 우리나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게다가 야생의 원숭이가 팔다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기다린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원숭이는 2년 4개월이 아닌 이틀 안에 죽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책은 단지 다이고로라는 캐릭터로 승부를 거는 책이다. 내용이 그리 치밀하거나 풍부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다이고로의 몸짓과 행동만으로도 시선을 끌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난 아직도 다이고로가 구르고, 일어섰던 순간을 기억한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이 작고 애벌레 같은 원숭이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이 느낌이 다이고로를 통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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