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꿈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3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예쁜 여자를 보면 이런 말을 한다. '화장발일 거야.'

'화장발'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본연의 모습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화장의 힘을 빌어 전의 모습을 탈바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예쁘니까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해서 괜히 해본 말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덕지덕지 겹을 쌓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경우는 젊은 층 보다는 중, 장년층 여성의 경우에서 발견된다. 그들 말에 따르면 자신이 없어지니까 화장품으로 두껍게 커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음.. 듣고 보니 수긍이 된다. 그러면 남자의 경우는 어떨까. 여기 자신의 얼굴에 가면을 씌우고 다니는 이가 있다. 바로 이청준의 '가면의 꿈'에 나오는 주인공 명식이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위의 아주머니들과는 그 경우가 또 다르다.

나는 아내 지연의 시선에서 명식을 바라본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소문난 천재였던 명식. 초등학교 오학년 때 검정시험을 거쳐 일류 중학교에 들어가는 가 하면, 중학교 이학년 땐 심사위원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소문난 문재였고, 그 뒤로도 주위의 기대에 어긋남 없이 최연소로 법관에의 관문에 들어섰다. 그러던 그가 무슨 일 때문인지 어느 밤이면 가면을 쓰고 외출을 한다. 그리고는 집에 오면 아내와 성생활을 즐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는 가면의 힘을 빌어 또 다른 그를 만드는 것일까.

'남편은 그런 식으로 변장을 하고 그 자기의 가면 뒤에서 정말로 조용한 휴식을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처럼 그는 가면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의 얼굴이 아닌 또 다른 얼굴을 하고 그 자신을 잠시 잊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천재인 경우 그 이목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 뿐만 아니다. 우리들의 경우도 가끔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것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가면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는 안으로 많이 숨어들고 있다. 소외감. 개인주의 이런 것들이 바로 안으로 숨어들고자 하는 이유에서 출발한다. 주위에서 명식처럼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를 만날 수는 없지만 요즘은 자신의 얼굴을 또 다른 나로 설정하고 내면의 나를 따로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명식의 말처럼 사람들이 그 엄청난 대낮의 햇빛을 스스럼없이 견디어낼 수 있도록 잘 단련이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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