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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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브라우티건을 알게 된 건 시인 박정대 덕이다.
난 그의 시집 곳곳에서 브라우티건의 흔적을 만났다. 특히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이 시집의 첫 부분은 당연하다는 듯이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해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다오.
 당신이 오래전에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데 당신은 그 대답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어쩌면 아주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기 전 난 '워터멜론 슈가에서'를 읽었다. 구지 비교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송어낚시의 감동은 워터멜론만 못하다. 시 속에서도 긴장감을 읽지 않는 워터멜론에 비하면, 송어낚시의 문장들은 그다지 예민하지 못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브라우티건의 문장은 지극히 개인적일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송어낚시의 경우, 글을 읽는 순간 ‘이 문장의 속뜻은 뭘까’를 생각하게 된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번역자는 각주가 아닌 미주를 달았지만, 정치적인 시선이 담긴 그의 문장은 속뜻을 새기다 보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브라우티건 특유의 자유분방한 은유는 기존의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에겐 낯선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가 좋다. 그의 마음이 담긴 문장이 좋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비유들도 맘에 든다. 송어낚시가 비록 내 맘에 쏙 드는 것은 아니지만(기대가 워낙 컸던 탓일 수도 있다.) 원어로 쓰여진 글을 읽는다면 아마 다를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하나 더, ‘마요네즈’로 끝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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