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 - 이장욱의 현대시 읽기
이장욱 지음 / 창비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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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러나 몇 장 읽다가 그냥 반납했다.
왜냐구?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 어찌나 책에 줄 치고 싶던지.... 참다못해 새 책을 구입했다.
책을 덮은 건 밤 12시.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온다.

문학의 죽음과 해체, 포스트모더니즘을 얘기하는 시대에
그는 문학의 서정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서정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그는 노동시라던가, 축시 등 
방향과 목적이 정해진 시와 대비되는 지점에 있는 것들을  
서정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서정시는 사라지지 않고 다만 갱신된다’고 하는
그의 말은 너무나 옳다.

나무도 버거운 나에게 있어
숲을 보는 이장욱 같은 이들은 그저 부러운 대상이다.
게다가 이 책은 평론집이지만 시를 조각내 해부하지 않는다.
주례사 평론처럼 무조건 예쁘게 봐주는 식도 아니다.
그저 한 걸음 떨어져서 보이는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하지만 그 표현들은 너무 정확하다.
내가 모호하게 느꼈던 일련의 생각들이 덕분에 말끔하게 정리됐다.
그래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해부대 위에서 피 흘린 시를 보지 않아서,
그의 감수성이 충분히 반영된 야들야들한 언어를 되새길 수 있어서
모처럼 독서가 재밌었다.   

ps.. 책 속엔 새로운 서정의 지표가 될 시인 몇몇이 등장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사람은 박정대. 난 그의 시를 볼 적마다 내 몸이 한없이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촉각들을 세우게 하는 시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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