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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엔 니체 필로테라피 2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김부용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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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2019. 9. 13



 

평소 나는 니체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쉽게 그와 관련된 책을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흔히 허무주의라는 단어와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나는 허무주의와는 사상적으로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읽었던 다른 책 한 권(「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 소래섭)에서 니체의 허무주의가 낙관과 그리 멀지 않음을 깨닫고 그의 사상을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니체의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보다는 그에 관해 누군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싶었던 내게 이 책은 적절했다.이 책의 첫 장은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 서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당신은 아직도 당신 자신을 찾지 못했다.

이 서문의 문장들을 언뜻 바라보면 모든 문장이 부정적이다. 자신을 찾지 못한 채 상대방인 '나'를 발견하는 '당신'에게 말하는 '나'의 말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만든다. 나는 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당신을 발견한다. 그 말은 믿고 싶은 것을 찾는 나를 돌아보게 하며, 결국 믿는 것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나를 믿지 못하는 나를 깨닫게 한다.


니체는 아팠던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질병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그런 생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나 또한 아플 때에 그가 말하는 그 '낙관주의라는 약을 처방'하는 사람이어서였다. 아플 때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어지곤 했다. 살아서 건강한 상태가 되고 싶었다. 문득 이해한다.


 이것은 어느 날 비관주의가 되어도 좋다는 허락을 새롭게 얻고자 재구축하려는 목적을 위한 처방이다. 




질병이 주는 첫 번째 혜택은 단절의 가치를 준다는 것이다. (...) 질병은 우리의 환경, 우리에게 확실하고 안락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구속하고 마비시키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준다. - P20

질병은 우리를 우리 자신과 숨 막힐 정도로 가깝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가장 멀리 떨어지게 만든다. - P21

질병은 비관주의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유책이 된다.

"나의 생명령이 바닥이었던 몇 년 동안 나의 허무주의는 중단되었다. 자신을 다시 구축하고자 하는 본능이 빈곤과 실망의 철학을 자신에게 금지시켰다."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어찌 이리도 현명한지, 2)

인간에 대한 환멸과 인생의 권태, 만성적인 불만족은 건강할 때에만 허용되는 사치다. 우리는 너무나 오만해서 고통에 직면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 P23

비관주의는 위협, 정신 작용, 담대한 지성인 한에서 혹은 현실의 음울함과 함꼐 하는 이름의 활력소로서만 정당하다. 그러나 고통이 단순한 결과에 불과한 비관주의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영혼도 의지도 본능도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관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낙관주의라는 약을 처방한다. 이것은 어느 날 비관주의가 되어도 좋다는 허락을 새롭게 얻고자 재구축하려는 목적을 위한 처방이다." - P24

건강은 가장 조화롭고 정력이 왕성하며 가장 중심에 놓인 질병이다. 질병은 흐트러진, 무질서한, 고갈된 건강이다. 건강은 질병의 부재가 아니라 감염, 바이러스, 장애, 기형, 사고, 출혈, 유전적 결함 등의 부재다. - P25

우리는 유일한 건강, 정상적인 신체 상태,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 부응해야 하는 보편적 규범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 관건은 자신에게 적절한 건강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자신의 내적 방어력과 고유한 생명력을 인식할 기회는 거의 없다. 생명력은 필연적으로 정반대의 힘에 의해서 일깨워지고 그 반대의 힘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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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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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201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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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몇 년 전 영화화되어 입소문을 제법 탔던 <나를 찾아줘> 동명의 원작이다. 그 당시에는 그 커플이나 부부가 같이 보러갔다가 싸우고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 덕에 더욱 흥미가 생겨 '대체 어떻길래?' 하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책을 읽었다.


이야기는 소설의 남자주인공 닉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여자주인공 에이미의 일기를 통해 그들의 첫만남으로 이어진다. 즉, 이 소설은 아내 에이미가 갑자기 사라진 현재의 닉과 남편 닉과의 일을 일기로 기록해둔 에이미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과거로부터 점차 현재로 오는 에이미의 일기와 현재에 머물러 에이미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닉의 시간이 겹쳐지는 그 순간 이 소설은 완전히 새로운 전개를 맞는다.


놀랍게도 나는 작가가 의도한 바대로 닉의 상황에 왠지 모를 연민을 느꼈고, 페이지를 넘겨가면서는 점차 그에게 의심을 품어갔으며, 에이미의 가혹하고 애처로운 상황에 몰입해갔다. 이건 정말로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기에 그 결말부로 가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리 엄청난 반전이 아니어서도 아니다. (나는 이 반전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정말로 완전히 이 맹랑하고 완벽한 '작가'님에게 놀아난 것이다!) 닉과 에이미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 닉과 에이미가 즐겼던 둘만의 내밀한 농담과 기념일마다 있었던 보물찾기가 그들에게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단서를 여러 각도에서 보지 못할 정도로 그 방식은 몰입감이 상당했다.


에이미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보니가 했던 말이 인상깊다.


사람들은 서로를 안다고 믿고 싶어 해요. 부모는 자식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고 아내는 남편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죠. - 141p

이 소설에서는 닉이 에이미를 안다고 믿었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에이미는 말 그대로 '어메이징 에이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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