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라는 세계 십 대와 사회를 연결하다 2
최진우 지음, 도아마 그림 / 리마인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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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에서 <숲이라는 세계>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신청했다가 선정이 되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진 시점이라 좋은 책을 받아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겁게 독서했다.

원래 1월 9일에 받을 수 있었는데, 책이 등기로 발송되는 바람에 다음날인 1월 10일에 수령했다.





녹색의 시원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들어간 표지와 한 손에 들기 좋은 A5 정도 되는 앙증맞은 크기의 책인데다 페이지 수도 144페이지로 그리 두껍지 않아서 왼쪽 상단에 적힌 대로 '십 대와 사회를 연결하기' 좋은 책이란 생각이 여러모로 들었다.




<숲이라는 세계>, 이 책에는 '생물다양성'이란 단어가 참 많이 나온다. 책에서는 '지구상의 생물종,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는 말'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숲은 어떤 생태계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장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산'이 '숲'보다는 좀 더 가까운 단어같다. 내가 가진 '숲'의 이미지는 평평한 지대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느낌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곳을 보기란 어렵다보니 '숲'보다는 '산'으로 나무가 있는 곳이 대변되는 느낌이고, 그래서인지 내게는 숲이 그리 가까운 장소이자 단어는 아니었다.

<숲이라는 세계>에서 또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내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갖게 된 관심이지만 기후위기가 실제 내 생활에서 은은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환경적으로도 관심이 생겼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을까?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 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0이 되더라도 탄소를 흡수해야 하는 '숲의 보호와 복원'이 없다면 대기 중 탄소 농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나는 '생물다양성', '탄소중립' 이 두 가지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대표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숲이나 산, 나무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숲이나 산에서 불낼 일을 하지 않으며', '산에 나무를 많이 심기'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저 나무를 심거나 산불을 내지 않거나 나무를 훼손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숲에 사는 나무의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숲을 만들어 생태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또한 도시에서도 숲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로수를 보는 우리의 시선과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제 '나무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보고서야 어? 하고 깨닫게 됐다.

나무의 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류의 책들에서 항상 느꼈던 아쉬움으로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요 독자인 십 대도 할 수 있을 법한 것들을 제안하고 있어서 참 좋았다. 바로 '가로수 시민조사단'이다. 도심에 있는 가로수를 조사해 트리맵을 만드는 것인데 '전국가로수연대 트리맵'이나 '우리동네 가로수지도'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혼자서도 참여할 수 있다. 내가 직접 검색을 해보니 이 활동은 서울환경연합과 저자가 실제로 주도하여 하고 있는 활동이기도 했다. 이런 지점에서 환경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 바로 접근해볼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해주어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당장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숲'은 멀게 느껴지지만 '가로수'는 늘 볼 수 있는 가까운 존재가 아닌가.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락은 41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없다> 였다. 여태 나무를 '식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나무의 '삶'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으로 모든 대상을 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는 전문용어를 쉽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느껴졌지만 일부 단어들은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예시를 주거나 초반에 좀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십 대를 대상으로 '숲'이나 '나무'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들, 특히 '한국의 숲' 챕터에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다.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지역과 문화를 나누었고, 인문지리가 발전했다는 이야기나 60년대 우리나라 민둥산의 녹화사업에는 동남아시아 열대림의 훼손이 따랐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생각할 지점까지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나무의 권리나 삶, 생태감수성, 숲과 산의 보호와 보전에 대한 경제적인 접근과 같은 새로운 시각도 알 수 있었던 데다 숲과 나무를 보호하고 지켜나가는 실천적인 방법 등을 다양하게 제시해주어서 숲에 대해 가볍게 접근해보기 좋은 책이었다.

특히 '기후위기와 숲' 챕터에서는 요즘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숲'을 중심에 두고 어떤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또 어떤 것을 논의해야 하며, 어떤 것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지를 조금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낯으로 이야기해주는 어른을 만난 것 같아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144페이지라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귀여운 일러스트가 내용을 마냥 묵직하지 않게 느끼게 해주어, 이제 막 환경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생긴 나같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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