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기억과 영혼이 별개라면 영혼에는 기억 이외의 어떤 속성이 있을까?”
“그것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인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 기억만은 아니겠죠.”
“그러나 다른 기억을 지닌 존재를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는 어떨까요? 같은 기억이 있다면 같은 인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같은 인물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만약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오랜 기억을 새로운 육체에 이식해도 원래 영혼과는 다르다면.”
“만약 그렇다면 육체의 죽음은 영혼의 절대적인 죽음이 되어버리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괜찮을 것도 안 괜찮을 것도 없죠. 만약 그게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육체의 죽음이 영혼의 죽음이라면 우리 영혼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건가?”
“뇌의 형성과 함께 자연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죠.”
“그럼 그건 언제 발생하지? 마음의 스위치는 언제 들어오나?”
“언제랄 게 아니라 차차 형성되겠죠. 단순한 신경세포의 연결이 복잡한 네트워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말 그런 걸 믿나? 복잡하게 작동하는 기계와 우리 마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네. 아무리 정교한 인공지능이라도 그건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이야. 그 행동은 언제나 일정한 규칙에 근거하고, 반도체 스위치를 켜고 끄는 순간 확정되지. 그건 곧 0과 1의 나열에 불과해. 아무리 0과 1의 수를 늘리더라도 그건 마음이 아니야.”
“좋아요. 그저 복잡하기만 한 기계에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다면 반도체 칩에 기록한 기억에도 역시 마음은 없는 거 아닙니까?”
“기록은 마음 자체가 아니야. 기억과 뇌가 만나면서 거기에 비로소 마음이 생기고 영혼이 깃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