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흡입력 있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지는 않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오세 미노루’ 는 도쿄의 오카지마 건축 사무소라는 작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사로, 아내와는 이혼하고 딸과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게 고작인 중년의 남성이다. 일본의 버블 시대를 버티지 못하고 함께 붕괴해버린 뼈아픈 시대를 겪은 사람이기도 하다. 초반부는 이 호기심이 그나마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왜 아오세는 아내인 유카리와 이혼하게 되었나? 그것을 애써 숨기려 하던 아오세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결국 털어놓고 만다. 꺼진 버블과 함께 주저앉게 된 자신과 그 소용돌이 속에 그저 사라져버린 가족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은 제목과 아오세 미노루의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집’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쓰고 있다. 아오세와 유카리의 이혼에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두 사람이 바라는 ‘집’이라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정주(定住)하지 못한 채 떠돌이로 살았던 아오세의 과거는 아내 유카리가 그를 ‘조류’로 보게 하면서 또한 끌리게 했지만 가족이 되었을 때에는 서로가 바라는, 함께 살고 싶은 ‘집’을 쉬이 떠올리지 못하게 했다.
작가는 어쩌면 이 ‘집’이라는 것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집과 가족은 참 떼어 놓기 어려운 말이다. 요즘은 가족이라도 한 집에 살지 않고 떨어져 지내는 일이 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이라는 단어는 한 집에 부대끼고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고 아귀를 맞춰나가는 느낌이라는 것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아오세는 요시노라는 부부에게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통칭 Y주택이라고 하는 이 집은 이야기 내내 등장하면서 이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탈바꿈시킨다. 요시노 부부는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달라고 했다. 아오세는 그 의뢰 덕분에 Y주택에 자신의 과거와 어긋났던 가족의 이상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노스라이트가 들어오는 북향의 목조 주택. 아오세는 유카리와 이혼할 때 ‘집을 안 짓기를 잘했네.’ 라고 말했지만 그는 Y주택을 짓기를 정말 잘한 것이다. 하지만 이 Y주택이 지어진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요시노 부부는 입주를 하지 않았다. 아오세는 그 기이함에 Y주택을 찾아가게 되고, 집안을 난잡하게 어지른 침입자의 발자국과 텅 빈 집 안, 의자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아오세는 그때부터 요시노 부부를 찾으려 노력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었다. 그런 장소에 요시노 가족이 입주하지 않은 건 아오세의 마음 속에서 석연치 않은 응어리를 자꾸만 남겼을 것이다. 대체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한편 오카지마 사무소의 소장 오카지마는 후지미야 하루코라는 예술가의 기념관을 짓는 시의 사업에 공모할 수 있는 자격을 따낸다. 그 과정에 꽤 무리를 했다는 오카지마의 말을 들으며 아오세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말 한 마디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아오세는 이때 알아챘어야 했다. 아오세는 소장을 도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요시노 부부를 찾는 여행을 계속한다. 그는 텅 빈 집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의자를 단서로 브루노 타우트라는 독일인 건축가에 이른다. 그 의자가 '타우트의 의자'라는 실마리 하나로 아오세는 타우트 마니아이자 기자인 이케조노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요시노에게 점점 가까워진다. 이야기가 얽혀가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예상하던 전개가 뭉그러지기는 하지만 결국 아오세는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