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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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2021. 8. 5




사실 처음에는 교양과학서적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에 저자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대중적인 과학 이야기를 풀어줄 거라 생각했던 내 기대감에 미치지 못해 실망한 구석이 있었다. 끝까지 읽어보니 그건 초반부에 한한 것이었고, 저자 본인의 전공 분야가 나오면서부터는 기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전공하고 있는 물리학자인데 앞부분은 과학자의 관점에서 정치, 사회를 바라보면서 좀 더 과학적인 방식과 관점으로 해결되었다면 좋았을 여러 일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일견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지만 과학책을 기대하고 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이야기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과학자로서 과학자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부분을 지나면서부터였다. 과학과 예술의 공통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흥미롭게 느껴졌고, 양자역학을 최대한 편하게 풀어내려는 시도는 꽤 귀엽게 느껴졌다. 다만 저자가 책 전반에서 시도하는 유머는 한계가 느껴졌다는 게 아쉽다.

고전 역학에서부터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자유의지에 대해 얘기하는 단락은 너무 즐거워서 집중해서 읽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시간을 미분하는 고전 역학은 다음 순간이 결정되어 있는 결정론이 명백하다 하지만, 반면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이 두 재미있는 이론 사이에서 양립가능, 양립불가능의 이야기가 오가면서 저자는 자유의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내 자유의지로 글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이 책이 전반적으로 하나의 책으로 묶여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서 그런건가 싶었지만 마지막 저자의 말을 읽어보니 여러 곳에서 기고했던 글들을 하나로 묶어서 낸 책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앞부분의 정치색 진한 부분을 좀 걷어냈으면 책 제목과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지만 저자는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왜 과학 얘기할 때 정치 이야기하면 안되죠? 교양의 범주에 인문과 과학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정치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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