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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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일: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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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저자 '델리아 오언스'는 동물행동학 박사로 아프리카에서 7년간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성과를 정리한 논픽션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이다호에 살면서 처음으로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경력 때문일까? 이 소설에서는 자연에서의, 자연과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그것들이 책 전체를 꿰뚫는 것처럼 보인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쩌면 운명 같은 만남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평소 이용하던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에서 보게 된 이 소설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고 만 것이다. 근래 읽었던 책들이 모두 비문학이라 마침 문학이 읽고 싶었던 찰나였고, 내가 좋아하는 구체적인 문체에 홀린 듯이 나는 책장을 넘겼다. 400페이지 정도의 소설책이 하루만에 끝났다.


주인공 카야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지에 사는 소녀다. 소설은 여섯살의 카야가 혼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하고, 또 아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카야가 살고 있는 1950~60년대는 흑인과 백인간 인종 차별이 존재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카야는 습지에 산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천시되고 '습지 쓰레기'라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이 있다. 습지에 사는 카야는 그때 당시 사람들에게 미지의 대상이었을테고, 사람은 자기가 모르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다가가지 않으려고 한다. 백인에게 흑인도 피부색이 다를 뿐이란걸 받아들일 수 없었고, 괴상한 소문과 함께 사람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흑인을 차별했다. 결국 카야가 그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건 사람들의 시선 탓이었다. 점핑같은 같은 차별의 시선을 받는 흑인을 제외하고는 카야를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카야에게는 오로지 가족과의 추억 속 이야기들, 자신을 도와주는 소수의 사람들, 그리고 습지라는 자연뿐이었다. 사람은 항상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 시선이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그 영향도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다.


카야의 첫사랑 테이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도 카야를 도왔고, 제 미래에 대한 욕심과 현실의 벽, 아직 어린 카야에 비해 너무나 불타는 제 마음 때문에 결국 카야를 버렸고 상처를 주었지만 결코 그는 카야를 그 시대와 사람들처럼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 스키퍼가 카야에게 편견을 갖고 있음을 알고서 카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실한 순간까지 말하지 않은 것에서도 그 점을 잘 알 수 있다. 카야는 테이트에게 버림받고 체이스라는 새 사랑을 찾게 되지만 그건 테이트라는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알게 된 이후였다. 카야는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작가가 말하듯 이 소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습지를 어머니 삼아 그 세계를 사랑하고 자연을 삶 자체로 받아들인 카야였지만 어린 카야가 어찌할 수 없을 때 사라져버린 가족이라는 빈 공간에 번진 사랑의 불길은 모든 곳을 태웠고, 그 빈 자리에 남은 외로움은 자연도 어찌할 수 없었다. 카야는 그 외로움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가진 체이스의 본색을 알면서도 그의 육체적인 면에 끌렸고, 그가 하는 달콤한 말에 속수무책이었으며 결국 그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렇게 채운 자리는 거짓이었기에 불이 타고 남은 재조차 없이 어느 순간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카야는 두려움과 외로움뿐인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니라 생물과 생물 사이에서 벌어질만한 일이기도 했던 건 카야가 그저 외로웠고 살고 싶었고 두려웠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카야를 더더욱 짓눌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아쉬웠던 건 그 삶이 자연의 한 부분일 순 있었겠지만 카야가 사회에 끝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혹은 들어가지 않고 살아가야만 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어서다. 카야 또한 그것을 알기에, 또 스스로도 그 시선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카야의 모든 삶을 사랑했노라 말하기에 주저함이 생겼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외로운 한 아이의 삶을 지켜보며,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나는 이 아이에게 어떤 시선을 보냈을 것인지, 어떤 등장인물에게 가장 공감이 가는지, 책장을 덮은 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책 내용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 하나의 아쉬움을 남기자면 책의 표지에 나오는 여자가 카야라면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카야와는 거리가 좀 멀다는 점이다.






[같이 보기]

http://ch.yes24.com/Article/View/3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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