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인 더 미러 도트 시리즈 3
황모과 지음 / 아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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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노바디 인 더 미러"의 두 주인공 이혜와 제삼은 '브레인 페어링'이라는 기술에 의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간다. 이혜는 여러 정신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제삼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대신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려고 한다. 원래 부부였으나 해로운 관계였던 이혜와 제삼은 남들이 보기에는 이전과 다르지 않으나 실상은 이전에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언젠가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한 여자가 에이즈 합병증을 앓고 있을 때 부모님이 그를 작은 방에 가두고 그가 죽도록 방치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브레인 페어링 기술을 이용해 다시 살아난 뇌사자들과 살려낼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이혜 씨 외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방에 안치되어 있는 사람들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고통 속에서 쓸쓸히 죽어간 그 여자를 떠올렸다. 특히 이혜 씨의 몸에 첫 번째 순서로 안착한 주희 씨가 그를 떠올리게 했다.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힘들었을 그도 이혜 씨의 몸을 빌릴 수 있었다면 하고 싶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거울을 보고 있지만 그 거울이 아무도 비추지 않는 것만 같은 느낌을 제삼은 이겨내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는 새로운 삶에 익숙해질 거라면서. 나는 자신의 부존재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제삼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그는 자신이 사본의 사본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린 적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사본을 보고도, 사본의 원본을 보고도, 그는 그들과 자신의 다른 점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그 다른 점이 그를 살게 하는 힘이 될 테고, 어쩌면 브레인 페어링이라는 기술이 의도한 바일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남긴 생전의 의견이 중요하다. 되살아나는 것을 바라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당연히 결코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이 두 경우의 사람들이 모두 이혜 씨의 몸에 들어간다. 그리고 유언을 남기지 않은, 그럴 겨를이 없었던 일영 씨의 몸이 브레인 페어링의 대상이 된다. 소설은 망자들이 존중받지 못한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룬다. 어찌 보면 최악의 경우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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