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의 ‘해안가로의 여행’을 봤다. 피아노 선생님인 미즈키가 삼 년 만에 돌아온 남편 유스케와 해안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감독은 빛과 같이 가볍고, 명멸하고,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욕망을 지닌 영혼을 연출한다. 영혼은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노동하고, 얼굴을 가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어루만지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용소를 넘나들고, 우주를 가리키고, 시간에 따라 노화한다. 감독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 영혼의 생성과 사라짐을 포착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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