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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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가 세상을 뜨기 반년 전부터 연재하기 시작해 그해 마무리를 지은 작품이다. 연초부터 금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글이 적힌 연하장을 제자에게 보냈다고 하니 그는 죽음을 느끼면서 "한눈팔기"를 썼을 테다. "한눈팔기"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기억이 배경이다. 화자는 과거의 한때를 다루지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눈빛을 보여준다. 중심인물인 '겐조'는 정리되지 않은 인간관계와 과거에서 이탈한 것만 같은 현실에서 자조한다. 자신을 비롯하여 양부, 양모, 친부, 누나, 형, 매형, 부인, 장인, 장모, 심지어는 어린 딸들까지 비웃지만 자꾸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는 자유를 단념한 것도, 갈구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살아간다. 소세키가 마지막으로 꺼내 놓으려고 했던 이야기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 인간의 정체성을 그린다. 그는 결코 삶에서 떨어지지 않을 작품을 마쳤고, 소설에 관한 분석이 인간에 관한 고찰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나는 소세키가 죽음을 예감한 해를 넘겼을 때, 다시 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명암"을 연재하다 죽음을 맞았을 때의 심경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죽음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않았을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에게 '너는 결국 뭘 하러 세상에 태어난 거냐?'라는 질문을 하고는 하염없이 소설을 쓰면서 한눈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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