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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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소설, "고통에 관하여"를 읽었다. 일단 지워지지 않는 생각은 이 소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모든 안 좋은 일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것만 같다는 것이다. 고통과 쾌락을 감각하는 기관들을 통해 둘 사이가 역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둘 사이의 공간에 삶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좋았다. 그리고 성소수자의 지금보다 나은 삶을 보여주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소설의 가장 처음에 표현되는 '경'과 '태'가 보여주는 성적인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충동을 느끼기까지의 경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있지만 그런 심리적인 흐름에 있어서는 독자가 할 수 있는 가늠보다 저자가 할 수 있는 적확한 설명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본다.

의문이 남는다. 왜 경과 태가 수많은 결합 방식 중에서 성적인 결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당연하게 유성애를 기반으로 둬서 생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왜 어떤 인물도 성정체성에 관한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필요없는 미래에 사라지지 않는 고민들은 어떤 이유로 소설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고통스럽다고 진통제를 복용하지도, 고통을 갈망하며 사이비 종교에 들어가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평범함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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