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장재희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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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희의 단편집 “밤과 낮”을 읽었다.

첫 번째 단편 ‘밤과 낮’은 인물들 사이의 경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는 그 경계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가 서로에게 품는 의문을 통해 그 경계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려는 찰나를 다룬다. 그 찰나를 다루려는 작가의 욕망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단편 ‘수몰’은 가라앉는 섬에 방문한 한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난 잔잔한 파문을 다룬다. 화자는 자신이 포착한 타인의 표정, 타인의 마음이 자신에게 이미 충분히 내려앉은 줄 알았으나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그것이 과연 정리될 만한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순서인 단편 ‘정오의 희망곡’은 화자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멀뚱한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카운터나 좌석에 곤히 앉아 기약이 없는 기다림을, 기다린다는 의식 없이 버티는 화자. 그런 화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뮤지컬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악이 화자의 처지와 대조를 이루며 일렁인다. 음악이 멎은 순간에도 화자는 일렁거린다. 그리움과 긴장감 속에서도 고요하게.

장재희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들 지나치기 쉬운 순간과 감각을 포착해낸다. 하지만 그는 어떤 미련도 없는 행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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