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모모
로진느 마이올로 지음, 변유선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진느 마이올로의 “부모 말고 모모”를 읽었다. 프랑스에 사는 레즈비언인 저자가 동반자와의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하고 낳기까지의 여정이 이중 구조로 쓰여 있다. 하나의 이야기에는 그런 삶의 연대기가, 또 다른 이야기에는 둘째 아이를 갖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삶의 연대기를 다룬 이야기 속에서 나는 저자와 연인의 연애 스토리와 그들이 마주한 차별, 그리고 법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프랑스의 법과 동성애자의 현실을 사유하며 터뜨리는 분노를 느꼈다.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 동성혼이 법제화된 국가이기에 레즈비언인 내게 어떤 기대를 품게 하던 국가인 프랑스를 향해 나는 실망하고 저자와 함께 분노했다. 그리고 프랑스를 진정으로 평등한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저자의 건강한 마음에 탄복하기도 했다.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한 여정을 다룬 이야기 속에서는 프랑스에서 아직 모모의 보조생식술이 합법화되지 않은 당시에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스페인까지 가서 정자공여시술을 무수히 시도하고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하는 저자의 무수한 노력과 실망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내가 저자의 입장에 놓였더라면 거듭되는 실망을 무릅쓸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무수한 시도 끝에 성공이 있어 다행이었다. 저자가 실망한 채로 체념을 하지 않은 것이 내겐 크나큰 힘이 됐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분노에 공감보다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를 사유하게 하는 제도가 부러웠다. 그것이 차별적일지언정 한국의 제도보다는 낫다는 생각, 어떤 사유를 하게 하는 체계가 부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야말로 내가 싫어하는 감지덕지의 만족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약자는 권력자가 허용해주는 한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나는 저자가 정자공여시술로 낳은 첫째 아이 쥘리에트를 저자의 연인이 자신의 아이임에도 입양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분노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애쓰고 반복해서 실망하는 저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제 그만하지, 라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 나 자신을 다그쳤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와 시민 사회는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지 일깨워준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