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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7권의 책을 주문하고 오늘 받아들자 마자, 가장 먼저 읽은 책.
탐스런 사과 세 알이 참, 맛나 보여, 맛있는 사과 이야기를 얼른 읽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책장을 펼치고, 단숨에 한권을 뚝딱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뚝딱 먹어치운 기분이다.
더불어 내가 건강해 진 기분이다.
이 책은 유기농 사과 재배의 기적을 이루어낸 어느 농부의 9년간의 처절한 시간을 담아 낸 책이다.
산넘어 산이고, 절망 끝에 더 큰 절망이 버티고 있던, 9년.
그 9년은 이 농부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자연을 고스란히 받아들였을때, 자연을 존경하고 이해 했을때,
자연은 농부에게 사과 꽃 일곱개를 선물해 준다.
그리고 다음해, 그 다음해를 거쳐, 자연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이 농부에게 보답해 주었다.
[ 자연 속에서는 해충도 익충도 없다.
기무라 씨는 너무나 당연한 그 진리에 눈을 뜬 것이다.
인간이 해충이라 부르는 벌레가 있기 때문에 익충도 살아갈 수 있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기 때문에 자연의 균형은 유지된다.
거기에 선악은 없다.
병이나 벌레의 극심한 창궐만 하더라도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의 활동이 아니던가. - P.187 ]
[ 인간은 오랜 시간을 들여 열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갓 태어난 벌레만큼도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다. - P.191 ]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한 진리를 얻기 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대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그리 무지하다.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기만 하는데, 무려 5년이나 걸린 것이다.
잡초는 잡초대로 제 할일을 하게 내버려 두는 것.
나무는 나무대로 강인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
이 책은 결국 '내버려 두기'에 대한 철학을 가르쳐 준다.
더 많은 열매를 가지기 위해, 무언가를 헤치지 말 것.
자연의 완벽한 시스템을 깨지 않고, 그 속에 섞일 것.
책을 덮으며, 내 자신을 한그루의 사과나무에 비교해본다.
내가 내 자신을 세상과 온전히 섞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곤, 병들고 시들어 가는 내게 이런 저런 독한 약을 처방하고 있진 않은가.
내가 점점 더 계량화 인간이 되어가고 있진 않은가.
내 스스로가 세상과 온전히 섞이게 되었을 때, 나는 농부의 사과나무처럼, 강인하고 달콤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화로운,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해본다.
기무라 아키노리씨네 사과나무처럼,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잘 다듬어진 풀밭위 사과나무가 아니라, 정글 속 사과나무가 되고 싶다.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고, 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를 감동시킨건, 인간 승리를 이루어낸 어느 농부의 강인함보다, 한그루의 온전한 사과나무 였다.
그 사과, 꼭 맛보고 싶다.
세상에 지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