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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한다.
이 책의 서른 페이지 정도는 차마 읽지 못하고 건너 뛰었다고.
이토록 불편한, 가슴아픈, 화가나는, 믿을수 없는 소설을 아직 본 적이 없다.
도가니를 읽으며,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세상은 이렇게 미쳐 돌아가지 않아. 아무리 나쁜 사람도,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진 않아. '
그런 내게 소설 속 서유진이 말한다.
"여긴... 상식이 없어."
젠장...
빌어먹을...
이런 비참함이 싫어, 요즘 신문도 안보는데, 뉴스도 안보는데,
상식 없는 세상은 예상치 못했던 순간, 내 안식처로 이렇게 불쑥 들어온다.
버겁다.
'넌 골방에 틀어박혀 대체 뭘 하고 사는 거니.
네가 무엇하나 하지 못하더라도, 알건 알아야 하는 것 아니니. 알아 주어야 하는 것 아니니.
같이 아파해 줘야 하는 것 아니니. 그들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니.
나쁜 건 나쁜 거라고, 니 심장이 말하는 대로의 의지 정도는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니.
적어도 시대를 아파하는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 중 하나는 되어야 할 것 아니니.'
끊임없이 나를 공격하는 내 마음의 소리, 소리들.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차라리, 이렇게 쥐어 터지고라도 나니 후련하다.
소설 속 최요한 목사님이 말씀하신, '홀로서고 더불어살기'를 나도 언젠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바탕 펑펑 싸우고, 터지고, 울고, 불고, 그리고 이제 화해할 일만 남은 기분...
거창하게 세상과도 아니고, 바로, 내 자신과 말이다.
홀로 서고 더불어 살기...
이 메시지가 아직도 귀에 멤멤한다.
이것이 내가 가지는 희망이 아닐런지...
이 소설 도가니가 가지는 의미가 아닐런지...
위로해주고 싶다.
당사자들에 비하면 바위와 모래알의 차이, 그보다 더 한 차이겠지만,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받았을테고,
이 책을 집필하신 작가님도 그 무게 만큼의 상처를 받았을테고,
그 지역 주민들도 상처를 받았을테고,
멋모르고 소설 속 제일영광교회(?)엘 다녔던 몇몇 신도들도 상처를 받았을것이다.
그리고, 인호도... 어쩌면 그의 아내도...
이것밖에 안 되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모두를 위로 해주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내게도 위로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미치도록 포옹을 나누고 싶은 밤이다.
...
소외받고 방치되고 상처받았던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더 이상 아프지 않길..
오늘은 온전히 그 아이들을 위해 온 마음으로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