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먼저 읽고 보려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책을 뛰어 넘진 못했을거라... 지레짐작해 본다.  

... 

성에 무지했던 소년이 엄마뻘 여자의 육체를 탐하며 나름의 죄를 저지른다. 

세상일에 무지했던 문맹 여인이 멋모르고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며 죄를 저지른다.  

왜 그랬냐고 타박하고 싶지 않다. 

무지해서 그랬던 거니까. 

몰랐다기 보단 무지했단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몰랐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변명같이 느껴지지만, 무지했다는 말은 가엽다는 느낌이 보태어 지므로... 난 그들이 진정 가여웠으므로... 

그들 각자가 충분한 죄값을 치루었으니 그걸로 된거다 싶다. 

...  

그들의 인연은 서로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해 주지 못하고 끝이 난다. 

섣불리 건들 수 없는 것.  

사랑했노라 고백하거나, 용서해 주겠다고 혹은 용서해 달라고 서로에게 구원을 요구하는 것,  

그리웠다고 울거나, 왜 이리 되었냐고 놀라거나,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고 반색하거나,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같이 추억하길 바라는 것들...  

이 모든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섣불리 행하지 못하는 것. 

너의 상처는 네 몫으로, 나의 상처는 내 몫으로 남겨두고, 그만큼만 가까이 서서 조심스럽게 지켜만 보는 것. 

결국,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사이로 남는것. 

그래서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짐으로 서로에게 남아주는 것. 

그것이, 각자의 수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남녀의 운명이기도 했고, 

그 시대, 수치를 안고 살아야 했던 독일인들의 운명이기도 했었나보다.

  

... 

주인공들은 각자의 수치를 회복하지만, 나는 두번다시 그녀의 묘지를 찾지 않은 남자가 지금도 어디선가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있을 것만 같다. 

상처는 치유가 되었느냐고, 묻고 싶다. 

나는 그대들을 이해한다고 섣.불.리. 위로도 해주고 싶다. 

그대들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사랑이었다고 섣.불.리. 아는 채 해주고 싶다.   

 

... 

 

 

짧은 리뷰에는 담지 못할 많은 충격과 감동, 의문과 고민들은 살아가며 하나씩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의 집요하게 파고드는 자기갈등이 내게 무수한 과제를 남겼다.  

쉽게 보자면 쉽게 읽힐 수 있지만, 절대 쉬운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고, 벅차고, 감동스럽다. 

대단히 매력적이고, 우아하며, 진실되고, 철학적인, ...참 인간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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