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소년 표류기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고학년) 13
쥘 베른 지음, 김순금 그림, 조한기 엮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니 인생의 책이 뭐냐고 물으면, 난 아주 진지하게,  

"이건 진심인데, 내 인생의 책은 십오소년 표류기야." 

라고 말한다. 

 

어렸을 적,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피아노 위에 놓여진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친구가 과자며 음료수를 가져오는 동안,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아 한두장 읽으며 기다리는 것이,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어, 꼼짝없이 그 자리에 앉아 한권을 뚝딱 읽어 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 '책이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땐 정말로 내가 무인도에 떨어지면 이 책의 15소년들 처럼 멋진 탐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매일같이 미지의 곳을 탐험 하는 상상을 했었다. 

상상을 넘어서 걱정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나도 사냥을 해야 할까? 그건 너무 잔인한데...'하는 식의...^^ 

 

그런 상상과 그런 걱정을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애틋하게 그립다. 

그럴 때면, 그 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구입해 본다. 

이 책도 최근 다시 구매했고, 어젯밤 마침 마음이 울쩍해서 위로삼아 한권을 뚝딱했다. 

난 벌써 스물 여덟이나 먹었는데, 이 책속 소년들은 피터팬처럼 그 모습을 지키고 있다. 

어린 것들이, 신통방통하게, 동굴을 부엌분리 투룸으로 개조하고, 부서진 배의 호스를 떼어다 동굴에서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게 하질 않나,  

사냥도 하고, 동물을 사육하기도 하며, 대통령도 뽑고, 그들만의 규칙에 따라 문화 생활(공부)도 한다.  

그 뿐이랴? 설탕 맛을 내는 나무를 발견하고, 바다표범을 잡아 기름을 만들고, 바닷물을 끓여 소금까지 만들어낸다.  

하루하루 무인도 생활 일지를 적는 영특함을 발휘하는가 하면(아마 그 일지를 출간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큰 연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나물을 말려 보관하는 건조보관을 터득하나 싶더니, 연어를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절임기술까지 선보인다. 

이즈음 되면, 미드 로스트에 나오는 어른들도, 이 소년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신통방통, 헤리포터 부러울 것 없는 소년들을 보며, 스물 여덟의 나는 묘한 해방감을 맛본다. 

어릴때 느꼈던 그것과는 사묻 다른 감정이지만, 나는 아직도 모험을 꿈꾸나 보다.  

세상에서 도망을 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쨋든, 마법처럼 마음이 조금 가뿐해 진 기분이다.

마인드 컨트롤에 관련된 서적을 읽는 것 보다 더 효과가 좋다. 

 

동화책을 읽을 땐 흰우유와 과자가 필수다. 뭔가 더 '아이'스러우니까...^^ 

 

* 헌데, 이 책에 나오는 삽화는 너무 무섭다. 왜 이렇게 음울하고, 괴기스럽게 그렸지? 조금 판타스틱하게 그려도 좋잖아? 하는 아쉬움이... 

** 제발 아이들 읽는 책에 논술 공부 챕터와 줄거리 요약 챕터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좀 놔뒀으면 좋겠다. 

독서가 학습으로 느껴지는 순간, 책을 점점 더 멀리 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지도 않을텐데... 

열다섯명 소년이 어른의 도움 없이 무인도에서 패기 넘치는 모험을 치루어낸다는 이런 책에서 조차, 선생님(어른)이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고 가르쳐 주는 챕터가 있다니...  

'사고력을 키워 보아요', '토론해 보아요', 하고 모범답안까지 나와있는 것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이 무슨 멍청한 짓들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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