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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명상 카툰
배종훈 글.그림 / 담앤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처음에 이 책을 사기 다소 주저했다. 왜냐하면 첫사랑을 오랜 후에 다시 만나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 것처럼 내가 이 카툰들을 봤던 시기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만큼 이 카툰은 내게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이다.
한 달에 한 장. 명상카툰은 월간 '불광'지에 딱 그렇게만 실리는 만화였다.
지금도 불광지를 종종 보지만 그래도 군복무 시절만은 못하다. 나는 그 때 그저 조용한 군법당에 앉아 불광지를 보곤 했었다. 다른 잡지들도 많이 왔었지만, 그래도 내가 불광지를 선택한 건 내용도 내용이지만 명상 카툰의 역할도 컸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보니 나는 당시에 이 짧은 카툰과 정이 들어 일종의 연애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달은 내용이 내 상황과 맞지 않고 부족하다며 삐쳐있다가도 다음 달이면 나도 모르게 불광지에서 카툰 부터 보고는 깊이 감동하며 다시 마음을 풀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느새 내 마음에도 붉은 색 느낌표가 종종 자리잡곤 했었다.
나는 약 1년여 함께 했지만, 이제 보니 이 명상카툰이 10년이 됐다고 한다. 그 10년의 역사를 모아놓은 책이다. 그냥 한컷 한컷 짧은 느낌(!)을 주는 말들. 그리고 그림들.
어쩌면 그런 짧은 스쳐감이 날 불자로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새삼 이 만화에 감사함을 느낀다.
오랜만에 다시 본 그림들은 이제 내 생각이 된 것들도 있고, 다시금 날 깨워주는 이야기들도 많다. 친숙한 그림의 스님들과 특히 붉은 색 느낌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불교의 깨달음에 한층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