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의 행복론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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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이 사랑하는 제 1의 작가 엔도 슈사쿠의 조심스런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첫머리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제안하듯 말을 걸어온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 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가졌던 마음가짐으로,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이전에 이뤄야 할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도 사랑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그러나 내가 그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사랑을 주는 일 조차 제한받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가장 미소가 지어진 부분은, 무뚝뚝한 인상을 애교 있는 인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거울을 보고 연습하라는 엔도 슈사쿠의 말씀이시다.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했다.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나를 꾸며나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 보다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러나 미소 짓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내가 걱정했던 가식적인 미소나 애교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심을 이해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미소 지음으로서 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마음 가득 희망이 넘치는 글을 읽는 기분은 끝내주게 좋다. 오로지 나에게만 인정 받기 위한 이야기들도 있는가 하면 아까와 같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올해를 보내며, 나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내년을 맞고 싶다.
 

-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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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일기 - 장밋빛 상하이에 숨겨진 소소한 일상들
황석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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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결코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나라로는 중국을 꼽았다. 비위생적인 음식에, 오물이 오글거리는 화장실, 악취가 나는 길거리, 거친 사람들, 이것이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이 해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중국과 동양의 멋을 본 순간, 그 모든 것은 잊고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밤의 거리, 싼 물가만 생각하게 하며 중국으로 날아가고픈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중 「상하이 일기」라는 책을 만났다. 중국 상하이의 풍경을 담은, 한국인 유학생의 책이었다. 중국과 닮은 색이라 말하고 싶은 붉은 표지의 책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 눈앞에는 상하이의 거리가 그려졌다.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 상하이니즈. 어떤 사람은 구두를 또각이며 걷고, 다른 사람은 헤어진 운동화를 신고 뛰고, 또 다른 사람은 검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걷는다. 그들이 상하이란 세계를 걸으며 남다른 포부와 희망을 가듬 품은 모습이 보였다.

펜팔로 만난 중국 친구를 통해 그들의 긴 역사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듯이, 이번에도 그랬다. 그들이 중국 안에서도 상하이란 도시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돈을 벌려고,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상하이로 몰려든 사람이 많은 만큼 상하이의 열기는 뜨거웠다. 미국에 뉴요커가 있다면, 중국엔 상하이니즈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한 순간 중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붙들지도 움직이지도 않았고, 중국에 가서 생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인들에 대해 생각에 대해서도 내 기본지식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하면 떠올랐던 비위생적인 음식, 그것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중국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나 편견을 풀려면 그 문제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 중간에서 보이는 중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반가웠지만, 설명은 '심하게 더럽지는 않다'였다가 '길거리의 음식은 위생 상태를 점검할 수 없다', '저 사과는 무척 깨끗하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조금 어지럽게 느껴졌다. 상하이니즈들의 포부와 희망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음식에 대해많은 정보를 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을 다루는 책에서 중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은 어느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러브스토리, 상하이니즈의 연애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도 예상을 빗나갔다. 따뜻한 이야기의 뉘앙스는 보이지만 설레는 이야기는 없었다. 아리따운 여성을 스토킹 아닌 스토킹을 하여 결국 그 여성이 따로 무어라고 불리우는, 매우 호화롭게 돈을 쓰는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만 집에 왔다는 이야기는 다소 아쉬운 이야기 뿐이었다. 없는 연애담을 책을 쓰기 위해 껴 넣으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러브 인 상하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따스한 경험담은 단비가 되리라.

상하이는 내겐 아직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깝게 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상하이의 부랑자들이다. 건들건들하게 다가와 돈을 구걸하는 사람이나 천연덕스럽게 지갑을 털어가는 소매치기, 책 속의 매력적인 인물은 모두 거칠고 우락부락한 이들이었다. 내게 중국의 이미지가 그러했기 때문일까. 그것이 가장 중국답게 느껴졌고, 상하이니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드러운 중국 사람, 친절한 과일 가게 아주머니, 큰 소리로 외치는 택시기사, 말을 쏘아대는 상하이 여성.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중국 그 자체였고 상하이니즈였다. 나는 오늘 밤 중국을 상상하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상하이의 거리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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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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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열면,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다. 이 책의 문체가 몹시 아름다워서 초, 중, 대학교나 문예 학원 등에서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대단한 문체가 무척이나 평범하였기 때문이다. 촉촉하게 젖어 물방울을 뚝뚝 흘릴 것 같은 감상적인 문체도 아니고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무겁고 웅장한 문체도 아니었다. 문장은 깔끔하게 시작했고 끝이 났다.

 

 책을 받기 전에 본 소개로는, 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며 집이 지긋지긋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집과 거리를 찾아가는 다소 이 책의 내용이라곤 무리가 있는(?) 내용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평범하진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이미 내 머릿속에는 이 책의 시작과 끝이 자리잡고 있었다. 44개의 단편, 한 쪽 두 쪽의 작은 글들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서도, 찾아가는 내용, 그 정도였다.

 하지만 망고 스트리트라는 거리, 그리고 주인공 에스페란자가 사는 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소녀가 꿈꾸는 집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전히 불만을 마음에 담을 수 밖에 없는 거리였다. 에스페란자도 항상 툴툴대고 끝내 집을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작은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단편들을 읽으면서 소소하게 마무리되는 문장에 다시 앞장으로 넘겨 보면서, 역시 매우 짧다는 생각은 조금씩 했다. 그래도 언젠가 '초단편'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허무함은 느낄 수 없었다.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빨간 책을 집어들고 작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입가를 맴도는 미소가 그 공백을 메웠다고 해야할까.

 다시 한 번 뒷 책장의 "아름다운 문체"를 들먹이는 문구를 보고나서 "이게 어째서 그런 데 이용 돼?"라고 슬쩍 마음이 생각하고 있을 때, 아까도 말했다시피 깔끔하게 진행되는 문체를 보고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가끔 눈으로 그들을 좇다가 몹시 쉽게 망고 스트리트가 눈 앞에 펼쳐져 놀라기도 했다.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갔을 때 <망고 스트리트>가 청소년 추천 도서 목록에 놓여 있었다. 19세, 나의 아름다운 정원, 등과 함께 놓여있던 그 책. 덕분에 청소년들은 망고 스트리트와 에스페란자, 그들의 이야기와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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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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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해. 이 시집의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얼마나 이 문장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간추린 말인 것 같아 멋대로 아름다운 삶에 발을 디디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 문장은 유고시집이 출판되리라 알 리가 없는 고인의 여러 시들 중 어떤 시의 마지막 행이지만 그 순간 미소를 지었을 고인을 생각하면 나마저 그 기운에 젖어들게 된다.

지상에 남겨진 39편의 시는 ‘홀가분하다’와는 달리 독자에게 눈물을 넘겨주는 여운이 흐르고 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생을 이야기하고 멈춰있는 것들에 대해 따스함을 서술하고 게으른 자들을 꾸짖기도 하는 시들이 펼쳐진다. 시는 책 속에 고요히 있지만 독자는 그것을 끄집어내 자신의 곁에 둔다. 나 역시 그랬다. 서문에서부터 작가의 삶을 더욱 이해하게 되는 우리로서는 잔잔히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삶 깊숙이 이해하게 되었다.

평생 글로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 작가가 마지막까지 시를 통해 생명을 남겨주셨다. 그것이 지치고 싱싱하지 않은 삶을 걷는 다해도 어찌 고마워하지 않으랴. 지그시 눈을 감고 누굴 위해 해 본적이 없는 기도를 해본다. 또 누군가를 위해 해 본적이 없는 생각. 다시 이 땅에 태어나서 종이 위를 흐르는 생명을 창조해 주시길.

 


인생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면

가끔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은 조막만 했고

입을 굳게 다문 노파였는데

가랑잎같이 가벼워 보였으며

체구는 아주 작았다

언덕 위 어딘가에 오두막이 있어

그곳에서 혼자 기거한다는 것이었다

지팡이를 짚으며 그는 지나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빌어먹기 위해

노파는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작량을 잘했으면 저 꼴이 되었을까

젊었을 적에는 쇠고기 씹어 뱉고

술로 세수하더니만

노파 뒤통수를 향해

그런말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젊었을 적엔 노류장화였던걸까

명기쯤으로 행세했던 걸까

노파는 누가 뭐라 해도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내려가던 뒷모습

몰보라는 이름의 노파

 
   2008.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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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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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터넷 서점의 수많은 책들을 '판매량순'으로 맞춰놓으니, 첫페이지에서 빛을 내고 있는 책이 있었다. 표지도 익숙하고, 저자도 익숙하고, 찬사도 익숙한 <연을 쫓는 아이>라는 책이었다.

 

  꽤나 두툼했다. 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내게 두꺼웠던 책은 몇 되지 않았는데, 읽을 때 마다 잘 읽을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은 그 만큼의 가치를 하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게다가 뒷표지에서는 '이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별로 안 걸린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책 표지를 들춰보고 마음을 가다듬기도 쉬웠다.

 

  그런더 내겐, '별로' 까진 아니었다. 음, 꽤나 시간이 걸렸다고 해야 좋을 것이다. 내가 왜이리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냐 하면, 그리고 많이 걸린 이야기를 이토록 재잘대는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찬사가 어마어마한 책이라 조금 낮은 평점의 서평 ( ^ ^ ; )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긴 시간 이 책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단 건 (오라가 대단했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두 소년이 꽤나 정겨웠고, 또 그들을 만나는 길이 시간만큼 지루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몇 분이 지나고 책에 빠져들면 정신없이 책장을 넘길 정도. 아, 즐거웠다.

 



  맨 처음 책을 받아보고 뒷표지의 글을 읽었을 때 '팅~' 튕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한번 이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청아한 소리가 난다ㅡ
 

  호세이니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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