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김경수 지음 / 필로소픽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밈‘이 어떻게 아이들 사이에서도 익숙한 용어가 될 정도로 ‘진화‘해왔는지 궁금해서 펀딩. 밈 문화에 생소한 나 같은 독자에게 유용한 밈 사례집이자, 밈의 문화/역사적 의미를 광범하게 짚는 비평서이다. 다루는 소재 못지 않게 저자의 유머와 센스가 돋보인다. 각 장 제목 패러디부터 웃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롭다‘라는 말 자체가 17세기에야 생겼다는 사실은 외로움이란 인간의 본성이라거나 개인적 특질이 아니라 사회역사적인 감정이라는 것. 고독과 달리 버림받음, 쓸모없음,뿌리뽑힘의 단절에서 기인하는 외로움이 어떻게, 누구에게 더 생기며, 사회적 영향을 끼치는지 풍부한 사례와 통계로 풀어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바쁨은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에게서 엄청난 에너지와 치열함, 가늠할 수 없는 불안을 본다. 휴대폰 알람과 생산성, 발전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쉬지도 못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본다." (16쪽)


극단적인 허무주의자나 자연 예찬론자가 하던 일을 일체 그만두고 숲으로 가라고 외치는 류의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필경사 바틀비에서 왔을 책의 마지막 문장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가 암시하듯 적극적인 "거부의 기술"에 가깝다. "깨어 있는 내내 일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여가 시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로 수치화"되는 세상에서 관심경제에 저항하고 "그저 귀 기울일 시간, 가장 깊은 감각으로 현재 우리의 모습과 시간, 장소를 기억할 시간"에 관해 탐구한 책이다.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오델은 '연결성' 대신 '민감성'을 제안한다. 연결성이 "여러 개체 사이에서 정보가 빠르게 순환"(sns에서 비슷한 생각을 별생각 없이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것)하는 것이라면, 민감성은 "서로 다른 두 신체의 어렵고, 불편하고, 모호한 만남을 수반"하며 이 만남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또 시간 속에서 일어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감지하려는' 이 노력이 두 독립체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모습이 되어 헤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또한 내게 입구와 출구가 전혀 다른 책이었다.)

너무 많은 말, 너무 많은 연결, 너무 많은 인정욕, 너무 많은 질투, 너무 많은 우울로 둘러싸여 있다는 자각이 해일처럼 나를 덮친 어느 날,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집어든 이 책은 무한히 밀려드는 외부 자극 속에서 온갖 방해물을 물리치고 내면을 갉아먹는 불안을 억누르면서 "진짜 현실"에 발딛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과거에는 '진실'이 은폐되었다면, 지금은 '현실'이 사라져가고 있다. 깨어 있는 모든 순간 우리의 관심과 욕망과 돈과 시간을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온라인 세계가 진짜 현실, 실제 세계를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다. "눈앞에서 실제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오델은 트럼프 당선 이후(ㅋㅋ) 매일같이 집 근처 장미정원에 가야 했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현실에 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실제 땅이 필요했던 것이다. (...) 분명히 실재하는 땅이나 하늘을 주기적으로 접촉해야만 우리를 차지한 다차원의 세계에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방향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구절구절 공감하며 읽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경험으론,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첫 문장부터 사로잡혔다. "한 시절 우리가 서 있던 자리의 한계 안에서" 읽던 책이 몇십 년 후에 다시 펼쳐진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책이 나를 읽는다. 이제  나는 기꺼이 리클라이너 의자에 몸을 파묻고 책이 내 무의식을, 무지와 위선과 수치심과 욕망과 두려움을 들추어내는 데 동의한다.


고닉을 좇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점점 선명해지는 나의 페르소나. 글(논픽션)을 쓰는 사람에게만 페르소나가 필요한 건 아니다. 무의식 저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웬만해서 들출 일 없는 부끄러운 됨됨이를 들여다볼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에세이 쓰기에 관한 책을 쓰든(<상황과 이야기>), 타인을 집요하게 관찰한 글을 쓰든(<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엄마에 관해 이야기하든(<사나운 애착>), 문학작품 다시 읽기를 통해 나 다시 읽기를 시도하든(<끝나지 않은 일>) 고닉은 페르소나와 자신 사이에 놓인 심연 위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특히 이 책은 한 사람이 평생 자기 자신을 얼마나 많이 경험할 수 있는지에 관한 흥미롭고도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 희귀 서적 수집가가 안내하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의 세계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최세희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괴하고 번뜩이며 경이롭고 구질구질한 책의 역사, 고전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세상에 한 권만 남은 희귀한 책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여기 등장하는 온갖 마이너한 책들, 책을 향한 불가해한 정념을 보고 있노라면,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오래된 소문에 코웃음치게 된다. 책이여, 영원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