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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장혜영 지음 / 우드스톡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마음의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다.
엄청난 자극과 영감과 감정들이 혈관을 타고 돌았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혜정이 언니"가 될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으로서 이 문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할 수는 있다.
모든 것을 경험하고 모든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가까이서 경험하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통에 머물러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수는 있다.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것,
모른 척하고 싶은 것들을 분리하고 격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인간 사회가 무엇을 얻었는가 따져보면,
아무것도 없다는 당연한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아무 이득이 없음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방치한 문제는 우리의 문제로,
우리가 외면한 고통은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모르면 두려워하게 되고,
두려워하면 부정하거나 파괴하게 된다.
"함께 있는 경험"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여기, 그 용기 있는 첫발(물론 장혜영 씨의 첫발은 무수한 '첫발'들 위에 찍힌 것이다)을
내디딘 사람이 있다.
그가 두 번째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이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했다.
장혜영 작가 말대로,
"신념이란 실천하는 만큼 진실해"지는 것이기에.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장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결국 모든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은 인권이 아니라 힘이다."
묵직한 질문과 생생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가슴을 적신다.
곁들인 CD의 노래도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들었다.
"약하다는 것은 그저 연약하다는 뜻일지 모른다.
연약하다는 것은 삶을 이어나가는 데에 섬세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약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세상을 늘 섬세하게 바라보는 연습이다.
연약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언젠가 내가 연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