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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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정신을 붙들어보려 했지만 감정이 도무지 추슬러지지 않는다. 피가 머리 위로 솟구쳐 뿜어져나올 거 같고, 머리가 뜨끈해지고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한 단락마다 한숨과 욕과 눈물이 새어나왔다. '폭력'이라는 말, '악랄함'이라는 단어로는 손톱만큼도 담을 수 없는 잔인함.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념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저질러온 잔혹사야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도 진행형이지만, 특히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자행해온 전시 상황에서의 성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인간의 상상력이 저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인간이 상상으로도 떠올릴 수 없는 짓들을 여성에게 서슴없이 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


세상엔 선한 사람들이 많고, 그 선량하고 심지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애쓰고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있음에도 인간 악랄함의 총량을 중화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인류는 머지 않아 끝날 것이다. 남자들은 처절하게 고통스럽게 멸망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 생각만 곱씹고 또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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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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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정자 무리가 물결치듯 움직이며 어디론가 흘러간다. 때로는 벽에 부딪히고 때로는 끈끈한 점액 속에 허우적대면서. 무리의 일부가 난자 가까이 다가가 서성대면 난자는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그중 하나를 끌어당긴다. 생명 탄생은 이렇게 까다로운 난자가 정자를 선택하며 시작되는 경이로운 과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능동적인 정자'와 '수동적인 난자' 구도를 깨버리는 지금의 과학 이야기. 

책의 역할 중 하나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인식을 불어넣는 것이라면,

이 책은 이 대목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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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채로, 여기까지
레나 지음 / 낮은산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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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카페 테라스부터 서울 금호동 담장 앞까지, 수많은 장소들이 사람과 함께 흐른다. 우연, 고독, 자유 그리고 이별.. 삶의 요소들이 구석구석 스며있어 묘한 정서를 자아낸다. 자기 자리를 찾아 먼곳을 떠돌던 사람이 끝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모처럼 독특하고 밀도 있는 에세이를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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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 우리는 양동에 삽니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외 지음 / 후마니타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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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과 ‘쪽방촌’을 대비하여 가난을 개인적 불행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로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쪽방촌 주민이 대다수인 ‘말한 사람’을 책 날개에 정성들여 소개한 것과 서울 한복판 빌딩숲 사이에 자리한 쪽방촌 위치를 지도로 표시한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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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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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제대로, 완전히 새롭게 읽게 하는 유용한 가이드북. 단지 ‘여성‘을 키워드로 읽는 것을 넘어, 그동안 ‘해석‘과 ‘비평‘의 주체가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는지 조목조목 짚어감으로써, 우리가 잘못 보거나 아예 보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밝혀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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