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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어보려 했지만 감정이 도무지 추슬러지지 않는다. 피가 머리 위로 솟구쳐 뿜어져나올 거 같고, 머리가 뜨끈해지고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한 단락마다 한숨과 욕과 눈물이 새어나왔다. '폭력'이라는 말, '악랄함'이라는 단어로는 손톱만큼도 담을 수 없는 잔인함.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념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저질러온 잔혹사야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도 진행형이지만, 특히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자행해온 전시 상황에서의 성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인간의 상상력이 저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인간이 상상으로도 떠올릴 수 없는 짓들을 여성에게 서슴없이 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
세상엔 선한 사람들이 많고, 그 선량하고 심지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애쓰고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있음에도 인간 악랄함의 총량을 중화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인류는 머지 않아 끝날 것이다. 남자들은 처절하게 고통스럽게 멸망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 생각만 곱씹고 또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