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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열두 동물로 읽는 일본 문학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바른번역(왓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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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돌이 체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쥐돌이 체체를 보면 생각나는 옛말이 있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남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체체는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남 탓을 하며 괘씸한 짓만 골라 한다. 처음에는 두어 번 그럴듯하게 넘어갔지만, 이렇게 남 탓만 할 줄 아는 체체는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까?

「우녀」
어느 마을에 순한 눈망울과 커다란 몸집 때문에 소를 닮았다 하여 ‘우녀’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었다. 우녀는 아들 하나를 홀몸으로 키웠는데 그 모습이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도 느껴질 만큼 아들을 진심으로 아꼈다. 이 소설은 우녀와 그의 아들 간의 애틋한 모자의 정에 대해 쓰여 있다. 일본 아동문학의 대가인 오가와 미메이가 쓴 단편소설로 다 읽고 난 뒤에도 한참 여운이 남는 따뜻한 이야기다.

「호랑이」
일본의 문학가이자 극작가인 구메 마사오의 작품으로 다이쇼 시대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주인공 후카이는 신파극 배우로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개나 고양이처럼 변변찮은 역할만 맡고 있어 걱정이 가득하다. 후카이는 다음 무대에서 호랑이 역을 맡았는데 늘 동물 역이나 연기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해진다. 비록 호랑이 역일지라도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 제대로 연기하리라 마음먹은 후카이는 호랑이를 연구하기 위해 아들과 동물원에 찾아간다. 자신의 직업과 가장의 무게로 고민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배우에게 국한된 감정이 아닌지라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딱딱산」
일본의 유명한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쓴 노부부와 심술궂은 너구리, 영리한 토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노부부를 괴롭히는 너구리를 토끼가 꾀를 발휘해 혼쭐내준다. 중간중간 이게 동화가 맞나 싶을 만큼 잔혹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워낙 다양한 버전이 있는 옛이야기라서 아이들 용으로 펴낸 책에는 어느 정도 조절된 수위로 나오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구스야마 마사오의 「딱딱산」에는 잔혹한 장면들도 가감 없이 나온다.

「용」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 커다란 코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항상 놀림 받던 한 승려가 사람들을 골탕 먹이려 못에 용이 살고 있다는 거짓말을 꾸며낸다. 본인도 반신반의하며 이걸 설마 믿겠냐는 마음으로 꾸며낸 거짓말이었으나, 이는 눈처럼 불어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사람들은 이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용이 승천할 것이라 믿으며 하염없이 못만 바라보고 있다. 이 지경까지 오니 거짓말을 지어낸 승려조차 정말로 용이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과연 용은 나타날 것인가. 엉터리 소문일지라도 다수의 믿음이라는 기름이 부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바탕 촌극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씁쓸함 또한 느껴지는 이야기다.

「뱀」
모리 오가이의 단편소설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불화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단지 고부갈등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격변하는 시대와 함께 변해가는 여성상, 사회질서의 혼란, 새로운 위치의 여자 등 당대를 살던 ‘남자’ 지식인이라면 느꼈을 법한 감정을 ‘뱀’이라는 상징적이고 미스테리어스한 존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이야기에서 철저히 관조하는 인물을 화자로 내세워 인간을 생생히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자 하였던 모리 오가이의 창작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천하제일의 말」
일본 아동문학의 대가 도요시마 요시오의 단편 동화로 주인공인 마부 진베와 그가 무척 아끼는 흑마, 인간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기이한 생김새의 악마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악마는 흑마의 힘을 열 배로 세게 만드는 요술을 부리기도 한다.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에 마치 우리나라의 도깨비가 떠오르기도 한다.

「달려라 메로스」
일본 교과서에도 실렸던 작품으로 일본의 국민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글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대 그리스로 주인공인 메로스는 폭군 디오니스를 저지하려다가 붙잡히고 만다. 메로스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며 자신의 친우 세리눈티우스를 인질로 맡기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처형 전 사흘의 여유를 얻게 된다. 친우의 목숨이 걸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여정을 헤쳐가는 메로스. 신의와 신뢰 그리고 약속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다자이 오사무의 경쾌하고 흡입력 높은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숭이 섬」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만년』에 수록된 소설이다. 외딴섬에서 표류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고, 이곳은 외딴섬이 아니라 동물원임을 독자와 주인공이 동시에 깨닫게 된다. 동물원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주인공 원숭이는 이미 이 동물원 생활에 적응해버린 다른 원숭이를 부추겨 동물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유를 쫓을 것인가. 안정을 얻을 것인가. 본인의 처지가 구경거리로 갇혀있는 원숭이와 비슷하다고 여겼던 청년 시절의 다자이 오사무가 느낀 감정이 그대로 투영된 소설이다.

「카우바우의 고양이와 닭」
미야하라 고이치로가 쓴 아동문학이다. 주인공인 소년 카우바우와 그의 친구인 수탉 그리고 까만 고양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수탉, 고양이와 함께 하는 소년 카우바우의 소란스럽고 유쾌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이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장난꾸러기 소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견신」
고사카이 후보쿠의 괴담 소설이다. 한 여자를 죽였다는 섬뜩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 단편은 주인공의 가문에 얽힌 저주와도 같은 미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견신을 받드는 가문의 아들로 이 가문 출신의 사람들은 같은 가문 사람, 즉 친척과 결혼해야만, 화를 당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미신을 지켜왔다. 이를 지긋지긋하게 여긴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상경했지만, 한 여자와 만나며 자기 가문의 미신에 집착하게 되고 광기에 휩싸인다. 사리 분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이 맞는 결말은 섬찟함을 넘어서서 조금 코믹하기도 하다.

「돼지 무리」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연상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 가난한 하층민이 받는 사회적 억압과 착취를 돼지를 소재로 해 풀어낸 작품이다. 이 단편에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꺾일지라도 당당하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아니, 그들은 관리에게 반항했지만 결국 싸움이 되질 않았다. 그들의 시도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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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종소리 - 수확자 시리즈 3 수확자 시리즈 3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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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 종소리, 그리고 천둥소리 ...

P.190

"그래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끌어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인듀라가 가라앉았을 때 사람들에게는 슬픔의 그릇이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잃어버린 희망의 상징이."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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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선더헤드 - 수확자 시리즈 2 수확자 시리즈 2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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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가 통제하는 죽음이 사라진 완벽한 미래, 컴퓨터의 통제를 받지 않는 건 인구 조절을 위해 생명을 끝낼 임무를 맡은 <수확자>들뿐. 의미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명을 끝낼 권리는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수확자들은 저마다의 신념을 갖고 살아 있는 사신(死神)이 되어 죽음의 낫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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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선더헤드 - 수확자 시리즈 2 수확자 시리즈 2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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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6
하지만 내가 어떻게 인류를 인류로부터 지킬 수 있을까?
지난 오랜 시간, 나는 인류에게서 너무나 어리석은 짓과 놀라운 지혜 둘 다를 목격해 왔다. 이 둘은 격렬한 탱고를 추는 댄서들처럼 서로 균형을 잡는다. 이 춤의 무자비함이 아름다움을 압도할 때만이 미래가 위협받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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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확자 - 수확자 시리즈 1 수확자 시리즈 1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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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질병, 전쟁, 죽음까지도 모두 사라진 세상, 인구 조절을 위해 생명을 끝낼 의무를 가진 이들이 바로 수확자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그 일을 〈죽인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게 부르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확하지 않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는 〈거두는〉 일로, 고대에 가난한 이들이 농부의 뒤를 따라가면서 뒤에 남겨진 이삭을 주워 모으던 데서 따온 말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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