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
조성윤 지음 / 당산서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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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제 시대 '남양 군도'라고 불렸던 태평양의 섬에 개발 회사의 직원으로 파견된 한 조선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차모로족이라는 현지인들을 데리고 일을 시키면서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을 체험하면서, 그들과의 간격을 좁히고 진정으로 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피지배 민족인 조선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슬퍼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지에서 여생을 살기로 결심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우습게 묘사되고 있다.

일본의 남방 진출사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조선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은 태평양의 섬에 군인이 아닌 개척 회사의 직원으로 파견을 나갔다가 눌러앉게 된 한 조선인의 삶에 대한 진기한 기록으로서, 이러한 기록은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발견해서 책으로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역사의 격동기를 살아가신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이러한 개인사를 많이 남겨 주시면 좋겠다.

이 책과 비슷한 책으로는 '어느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가 있다. 그 책은 말 그대로 매일의 일기를 그대로 책으로 만든 것이어서 정확성은 높겠지만 지루한 편인데,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이므로 저자의 머릿속에 재구성된 기억을 글로 적은 것이므로 재미있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다.

도서로서의 책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편집을 하다가 만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옮겨 적으신 분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도 있고, 오자 등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읽는 것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고, 또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점이 실제로 누군가가 써내려간 글을 읽는 느낌을 주어서 그 나름대로 맛이 살아나게 하는 면도 있다.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던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곁들여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저자가 그림에 적은 설명에는 읽기 어려운 한자나 일본어로 적힌 것들도 있어서, 이런 것들은 번역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궁금한 것: 원 저자께서는 사망하셨는데 그 가족분들께는 인세가 전달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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