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하고 고얀 것들 - 욕망을 따라 질주하는 고전소설 요괴 열전
이후남 지음 / 눌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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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지 오래 되었지만 제목이 '요괴'를 이용한 말장난이라는 것을 오늘 문득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이 책의 저자나 곽재식, 도현신 작가와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귀신이나 괴물 이야기들이 발굴되고 있는 것이 반갑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전설이나 신화, 괴담을 문화적 자산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저자의 희망과 같이 이러한 자료들이 영화나 드라마, 게임, 웹툰 등에 더 많이 활용되어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께서 찾으신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나오면 좋겠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 따라 요괴들을 분류해서 소개한 것이 매우 독창적이었고 심리학자로서 반갑기도 했다. 요괴는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망(願望)들이 투영된 존재들이므로 어떤 욕구가 반영된 것인지에 따라 그들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고 유용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의견:

1. '요괴'는 우리나라에서도 쓰였던 말일까? 하도 일본 문화에서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보니 일본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본어에서 온 말이라고 쓰면 안 될 것은 없지만, 전통 문화를 다루는 책에서라면 좀 곤란할 것이다.

2. '요괴'는 악한 존재들만을 가리키는 말일까, 선한 존재들도 요괴라고 할 수 있을까? 선한 존재들을 요괴라고 부를 수 없다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 책에서도 적으나마 선한 존재들도 나오는데, '요괴'가 그들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나는 (화가분께는 죄송하지만) 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히 정감이 있지도, 현실적이지도, 무섭지도 않고 그냥 좀 꺼림칙한 느낌만을 줄 뿐이어서 딱히 보고 싶어지는 그림들이 아니었다. 본문에 묘사된 요괴의 모습을 매우 세밀하고 충실하게 그리려는 노력이 돋보이기는 했다.

4. 주로 조선 말에 나온 책들을 출처로 하고 있는데, 많은 이야기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 정말 이 요괴들은 한국 문화에서 창조된 것들일까, 아니면 중국에서 유래된 것들일까?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라지만, 외국에서 수입된 요괴들이라면 좀 김이 샐 것 같다. 특정한 문화적 산물들의 기원에 대한 시비가 흔히 발생하는 시대이므로(부채춤이라든지, 한복이라든지, 도깨비라든지...) 이런 점은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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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 2026-02-2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요망하고 고얀 것들>>의 저자 이후남입니다.
먼저 제 책을 읽고 이렇게 긴 글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게 봐주신 점이 많아서 기분이 좋네요.
우연히 리뷰를 보게 되어 늦었지만 답변을 남겨 봅니다.
네 가지 의견에 대해 차례로 말씀드릴게요.

1. 요괴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한자어이다 보니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처음에 쓰인 용례는 1세기 후한 때 편찬된 반고의 <<한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20세기 초 이노우에 엔료라는 박사에 의해 학문적 용어로 창시되어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과거 한국은 한자를 받아들이면서 요괴라는 용어도 쓰기 시작했을 텐데 저희가 아는 지금의 의미는 아닙니다.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사기>>에 요괴라는 용어가 최초로 1번 쓰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저 한자 풀이 그대로 ‘요사스럽고 괴이하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쓰이고 있는 의미의 요괴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초의 영향은 중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요괴라는 용어가 어디에서 왔느냐보다 한국 내에서 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변화되었다는 점과 ‘괴물’ 등 다른 용어들과 뒤섞여 사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요괴, 일본의 요괴, 한국의 요괴가 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른 것이지요.

2. 현재 저는 선한 존재들을 요괴에 포괄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따로 명명할 만한 적당한 용어를 찾지 못했고 현대적 시각에서 요괴에 포함시켜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저의 사견이고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자료를 모아 내년이나 내후년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서 그동안 더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3. 삽화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셨군요? 사실 내용보다 삽화에 대한 칭찬이 많아서 조금 섭섭하기도 했는데요, 삽화가분께 저와 출판사 측에서 묘사된 내용 그대로를 구현해 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전통 느낌을 내기 위해 흑백을 선택했고요. 그런 점들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표현이 다소 부족했을 거 같기도 합니다.

4. 고전소설은 대부분의 작품이 중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송나라와 명나라 시대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고전소설이 조선후기에 대거 창작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시에 사대하고 있던 중국을 배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정통 한족이 지배하는 송나라와 명나라를 많이 택하고 시대의 흐름이 변함에 따라 원나라나 청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소수 나타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필화’라고 하는 글을 잘못 써서 화를 입는 일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편입니다. 조선이 아닌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도 조선인이 아닌 중국인이라고 하면 체제 전복이나 위정자 비판 등과 같은 민감한 내용들을 마음껏 쓸 수가 있으니까요. 나중에 시비가 일어나도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이지요.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작자 미상인 것도 필화를 우려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을 빗대긴 했으나 모두 조선의 얘기, 조선 사람의 얘기라는 점입니다.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지을 때 중국의 <<전등신화>>를 참고했다고 밝힌 것처럼 고전소설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단순 모방을 넘어 새롭게 변주하거나 창작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간혹 국적 논란이 있는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연구자들에 의해 한국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제가 소개한 작품들은 모두 한국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족하지만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현재 저는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출판사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요.^^;; 이번엔 착한 일을 하는 요괴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출간되면 관심 부탁드려요. 늘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