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로 활동하면서 여자들의 일상을 끊임없이 재현하고 실제로도 화장품이나 목욕용품 등에 많은 돈을 썼지만 경애의 물건들은 다르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경애가 쓰고 버린 화장솜이나 돌돌 말아서 끝까지 쓰고 있는 튜브형 핸드크림, 입구를 묶어놓지 않아 풀어져 있는 식빵 봉지와 오늘 살 것—소주와 베이컨이라고 메모한 종이 등이, 생활을 함께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을 경애의 면모가.
그런 것들은 뭐 대단한 상징체계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으니까 파토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그렇게 누구나 흔하게 쓰는 소모품에 마음이 움직이면 코미디라고 여기면서도 상수는 경애를 강렬하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경애가 인스턴트 떡볶이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땡, 하고 돌리는 행동도. 거기에는 어묵이나 파나 양배추가 아주 쪼그라들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플레이크로 처리되어 있는데 준다는 야식을 그렇게 아무런 수고 없이 칠분 만에 해치우는 일도 경애다우면서 집 안의 모든 경애스러움이 상수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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