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 2022 문학나눔 선정, 2022 가온빛 추천 그림책 바람그림책 118
신순재 지음, 오승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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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백석의 시를 떠올리면 우선 「여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수능을 보기 위해 시 구절마다 밑줄을 긋고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외워야했던 고등학생 때 처음 접했다. 시를 감상하기 보다는 시험을 위해 읽고 외웠던 시절이었지만 「여승」의 이미지는 참으로 강렬하게 와닿았다. 여승이 합장하는 모습 뒤로 그이가 살아왔던 세월이 가만가만 비춰지는듯 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는데, 이 시를 읊는 그 목소리는 동정도, 안타까움도 비치지 않고 그냥 가만가만 읽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백석 시인에 대한 이미지는 그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백석 시인을 접하게 된 것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을 보진 않았지만 백석 시인을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이구나 하고 시「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찾아 읽어봤을 뿐이다. 시를 읽으면서 누군가 여담으로 써놓은 말이 참 재미있었다. 당시 '내가 나타샤다!'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이 꽤 있었단다.


 이렇게 백석 시인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를 읽고 검색을 한참 해보았다.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역시 시「국수」의 원문이다.  

    …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샅바아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여승」을 읽을 때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나서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를 다시 읽으니 옛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외치고 백석 시인을 둘러싼 따뜻한 온기와 사람들이 그려진 페이지를 보니 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국수를 들이키고 "아!" 외치는 백석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따뜻하게 그려져있다.

 그림책의 배경이 추운 겨울날이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산이라서 굉장히 추운 느낌이지만 국수를 삶으면서 비치는 노란 불빛이 하얀 눈밭과 대조되어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동치미 국물을 넣은 국수라고 해도 자꾸 뜨끈한 잔치국수라고 생각하게 한다.


 백석의 시를 요모조모 잘 담아낸 책인 것 같다. 어떤 장면이 어떤 시인지 찾아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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