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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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돌이켜 떠올리다보면 내가 어디서 어디로 움직였고 무슨 행동을 했으며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내가 그 물건을 어딘가에 내려놓은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마치 내 모습을 촬영하던 누군가가 그 순간에 카메라 앵글을 돌린듯, 건너뛰기를 한듯. 너무나도 중요한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다비드와 아만다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기억을 더듬어간다. 모든 것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다비드는 끊임없이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야한다며 아만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다그친다.

처음에는 꿈 속에서 느리게 울리고 몽롱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다비드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계속 다그치고, 아만다가 구조 거리의 변화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고 딸 니나가 어디있는지 수없이 묻길 반복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빠르고 어지럽게 흘러가는 꿈처럼 느껴진다. 열에 들뜬 사람의 중얼거림처럼.

책을 읽는 내내 다급하지만 느리게 흘러가고 숨이 차오르지만 진공 같은 침묵에 점점 먹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비드가 찾던 벌레가 생기는 지점은 어디있는가? 그래서 니나는 지금 어디있는가?

낮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가족들 모두 잠든 조용한 밤에만 읽힌 책이었다. 내가 놓친 무언가를 찾으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기분이었다. 간만에 참으로 으스스한 작품을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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