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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텐 영화단 ㅣ 사계절 1318 문고 85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13년 5월
평점 :

지은이 김혜정
청소년심리를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십대들의 뇌는 어린아이와 성인의 그것과 절대 같지 않다고 한다.
또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을 입증하는 그런 사례들도 많다.
나또한 십대의 두 아이들을 다룰때면 언제나 몇번씩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다룬다.
충동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갑자기 폭력적이었다가 순해지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기에 순발력이 좋고, 창의력이 뛰어나고 기발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속해 있는 학교라는 사회속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우리들은 이들을 흔히 문제아라고 단정지어 버리지만 문제가 있는 것이 과연 큰 문제가 될까? 문제가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한빛은 보는 기준에 따라 세상 모든 사람이 문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아란 말도 마음에 안들어. 왜 문제아만 있어? 문제 어른은 없어? 신문에 더 많이 나오는 건 문제 어른인데 말이야."
그렇게 따져 보면 나도 문제아보다 문제 어른을 더 많이 알고 있다. 어쩌면 문제 어른은 너무 많기에 따로 '문제'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p167)
여기 우리가 흔히 문제아라고 치부해버리는 다섯명의 십대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기에 오히려 문제가 없는 친구들이다.
호주에서 오래 살았던 조나단, 감독 지망생으로 지금은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하는 이영운,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연출의 꿈을 꾸는 한빛,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연예인 김다울, 그리고 학교를 그만둔 뒤, 무료한 시간을 영화를 보며 지내다 영화에 꿈을 가지게 된 나 김소미.
이들은 모두 현재 학교를 다니지 않는 십대들이다.
한빛은 우리 같은 애들은 더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빛도 영운 오빠도 의외였다. 난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한빛과 영운 오빠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를 그만둔 것 뿐인데, 사람들은 우리가 인생까지 그만두려 한다고 생각했다. (p34)
청소년독립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을 한 방송국에서 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만들 청소년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뽑고 그들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까지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송하기위해 이들은 모였다. 이른바 <텐텐 영화단>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뽑힌 이들은 천재들이라며 추켜세움을 받았지만 사실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를 가진 사람을 뽑았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방송국의 처사에 화가 난 그들은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영화촬영이 중단되는 위기까지 겪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꿈을 위해 굴하지 않고 소신대로 자신들의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저 곰이 잘 살고 있는 건지, 야생의 곰이 잘 살고 있는 건지는 아무도 몰라. 누가 더 행복한지도 알수 없고 말이야. 하지만 쟤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은 평생 동물원에서 살아야 하고, 야생에서 태어난 곰은 야생을 떠돌아다녀야 할거야. 근데우리는 아니잖아. 동물원에 갇혀 있을지, 나올지 선택할 수 있어. (p164)
나, 소미는 선택한 길이 옳은 것일지,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지 두려워하며 후회한다.
이것을 선택한 기회비용으로 다른것을 잃을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이것을 얻음으로 대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소미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과연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일까?
그러나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더해주며 위로해주며 강한 내면을 키워가고 있다.
학교내에서 서로 경쟁하며 친구의 의미가 퇴색해 갈때 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서로 격려하며 키워 나가고 있다.
"내 의무는 딱 한가지야."
"뭔데?"
"행복할 것. 무조건 행복할 것." (p98)
조나단의 말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단 한가지이다.
행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한가지가 아닌가.
나이가 들면 기대 주머니는 크기가 작아지고, 실망 주머니는 점점 더 커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고, 해 온일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다. 지금 여기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어 버린다. 지금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또다시 감추고 싶은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를 추가해 버리는 셈이다. (p229)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만을 따지며 과거에 묻혀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인생의 끝을 알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도 완전히 알수가 없다.
영화도 실제 우리의 삶은 아니다. 만약 인생도 영화처럼 시나리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면 수정도 할 수 있고, 다음 부분이 어떻게 될지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주인공인 우리조차 알 수 없다. (p243)
그러나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은 결국엔 소중하고 아름답고 행복할 것임을 믿는다.
언제나 김혜정 작가의 책은 읽고나면 마음이 좋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는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이해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아마도 다섯명의 친구들의 입을 통해서 작가가 자신이 십대때 가졌던 마음을 표출하고자 했던 것 같다.
혹시나 어떤 이들은 너무 아름답게만 그려놓은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십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겐 언제나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방황하는 이들에게도, 방황 하고 싶지만 꾹꾹 참는 이들에게도 앞으로의 인생은 밝고 아름다울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