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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지은이 이충걸
나에게 있어서 엄마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좋은 분이다.
사실 어릴때는 엄마에 대해 불만도 가져보고 짜증도 내어보고, 엄마가 실망하실 만한 일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 엄마는 정말로 열심히 사셨고 지금도 열심히 사시며 나에게 언제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울 엄마는 어릴때부터 나와 내동생의 옷을 만들어 입히거나, 떠서 입혀 주셨다.
엄마의 솜씨가 들어간 옷들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멋진 옷이었다.
그런 솜씨로 엄마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때 동대문에서 천을 끊어다 식탁보, 의자커버, 쿠션, 피아노커버, 침대보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팔곤 하셨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항상 재봉틀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느날 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프로를 보고 있었는데, 좁은 안방에서 엄마의 재봉틀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텔레비전소리에 집중을 하려 했지만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그만 엄마에게 재봉틀 소리때문에 텔레비전을 볼수 없다며 짜증을 내 버리고 말았다. 엄마는 주문받은 것을 해주기로 한 날짜에 맞추기위해 정신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특유의 색감과 패션감각으로 엄마는 옷장사를 시작하셨다. 동생의 음악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게에 나가계셨고, 피곤해하시는 날이 많았다. 어느 늘 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는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기 시작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아마도 지금의 내 나이에 느끼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셨던것 같다. 나는 엄마도 엄마의 인생을 찾지 왜 그렇게 사느냐고 매몰차게 말했다. 사실 지금의 나도 내 인생을 찾아 살아보려고 해도 여러가지 여건과 상황이 허락하지 않음을 느끼는데, 그때 엄마 마음은 오죽 했을까?
다니던 학교를 때려 치우고 동생에 이어 내가 음악공부를 시작한다 할때에도 엄마는 내편이 되어주셨다. 묵묵히 장사를 하시면서 내 뒤를 지켜주셨다.
이제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지금도 우리 엄마는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키우고, 하루종일 마당에서 바쁘고 움직이시다가, 한국무용을 배우러 나가시고, 봉사활동을 하며 공연도 다니시고, 틈틈이 바이올린을 연습해서 주일마다 예배시간에 오케스트라단원으로 봉사하신다. 손주들의 옷을 손수 떠주시기도 하고, 끊임없이 나를위해 기도해주신다.
내가 울엄마에게 받은만큼 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까?
난 자신이 없다.
울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부오쉬에 간 첫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왜 이렇게 엄마가 보고 싶지?"
엄마도 말했다.
"나도 보고 싶어."
두번째 나 또 전화 했다.
"뭐해? 엄마가 자꿈 보고싶다."
엄마가 소리쳤다.
"자꾸 전화하지마!" (p272)
저자는 엄마의 여러 일상들을 적어내려갔다. 특이할 것이 없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들이지만 그 가운데 엄마와 느끼는 유대감은 대단하다. 저자의 무심한듯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많이 드러난 책이었다.
거기에 저자의 특유의 문장력이 잘 조화된 책이기도 했다. 하잘것 없는 일상에서의 특별함을 찾아내 그려내거나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 표현하는것은 저자의 탁월한 능력인 것 같다. 그러나 조금 지나친듯한 문장과 단어 선택은 잔잔하리만큼 일상적인 내용에 과해 보일때도 있었다. 단순한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