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용을 보여 주는 거울 - 첫사랑을 위한 테라피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5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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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르탱 파주

 

 

이 책의 소제목은 "첫사랑을 위한 테라피"이다.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조율하고 치유하는가는 앞으로의 삶속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중요한 한 요소일 것이다. 그 시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사람을 만나 좋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끌어가는 것은 그리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학교내에서 불행의 한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주인공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 마르탱의 삶속에 마리가 들어왔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같은 반이 된 이후로 마르탱은 마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연과학 과제를 같이 하게 되고 둘은 도서관 하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과제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리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사귀고 싶다고 말하자 나는 그 말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한다.

 

나는 더듬거렸다. 심장 박동이 몹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온 몸이 불덩이처럼 화끈 거렸다.

나는 "그래"라고 말했다. 그것도 셀수 없이.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 순간 도서관은 온통 "그래"로 가득 찼다. 문으로, 창문으로 "그래"가 넘쳐흘렀다.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p18)

 

마리는 키스를 받기 원하는 듯 했으나. 나는 감히 그러지 못하고 둘은 한시간 동안 과제를 준비한다.

과제를 마치고 일어설때 마리는 다시 한마디를 한다.

 

""있잖아, 우리는 아무래도 친한 친구로 지내는 게 더 나은것 같아."

테이블 위에 펼쳐진 책 속의 원자 폭탄이 하나하나 차례로 터지며 나를 가루로 만들었다.                   (p19)

 

이렇게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래."는 모두 시들어 내 주위로 낙엽처럼 떨어졌다.

공기가 고체가 되어 폐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듯 숨 쉬기가 거북했다. 바닥에 누워 천 년 동안 그대로 있고 싶었다.              (p20)

 

그뒤 마르탱의 집 개가 죽게되고 아빠는 개의 장례식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마르탱은 친구 바카리, 프레드, 에르완은 마르탱이 차인 이유를 나름 분석하며 마르탱을 위로해준다.

결국 마르탱은 마리가 사실은 섬세하고 영리하며 약삭빠른 용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1시간 만에 차인 그 사건은 숨은 용을 보여주는 거울이 된것이다.

 

아빠의 개 장례식을 통한 독특한 이별 방식은 무사히 끝이 났다.

마르탱도 나름 그 사건에 대한 정리를 끝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마리와 사귀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달라졌을 것이다. 성장하고 뭔가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의 슬픔도 헛되지는 않다. 헛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은 이 일로부터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고 나는 달라질 것이다.   (p82)

 

 

짧은 내용 중에서도 주옥 같은 문장들을 남기는 것이 마르탱 파주의 특징인것 같다.

처음 그의 작품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줄게>를 볼때는 너무나도 적은 글밥, 거기에 상당히 철학적 의미의 문장들에 적잖이 놀랐었다.

분량이 적어도 초등에게는 말의 의미 하나하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청소년 책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여기에 개 장례식은 뜬금없이 나오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아빠의 이별 방식 이었다.

 

나는 아빠를 안다. 아빠가 벌이는 이상한 일 뒤에는 항상 어떤 의미가 숨겨져있다. 나는 아빠가 우리 개를 대문 앞에 묻음으로써 죽음을 길들여 보려 했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죽음은 절대 애완동물처럼 온순해지지는 않을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빠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겼다는 데 감사한다. 이 무덤은 우리의 일상에 죽음을 물리적으로 새겨놓았다. 이제 죽음이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p58)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마르탱은 마음의 치유를 받고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주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마르탱 파주의 작품은 철학적이다. 섬세한 문장력은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거기에 조금은 비주류인 청소년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그 자신의 특이한 이력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런 이력 때문에 그의 글이 더 이해가 되고 빛나게된다.

 

많은 이들에게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책이지만 나는 이책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표지그림이 책 내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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