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 ㅣ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지은이 요코야마 히데오
7일 만에 막을 내린 쇼와 64년은 새로 찾아온 헤이세이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기루 같은 해였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범인은 그 쇼와 마지막해에 일곱살 소녀를 유괴, 살해한 뒤 헤이세이의 새로운 세상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64는 맹세와 다짐의 기호였다. 이 사건은 헤이세이 원년의 사건이 아니다. 반드시 범인을 쇼와 64년으로 데려와 무릎을 꿇리겠다.
(p68)
D현경 홍보담당관 미카미는 가출한 딸의 흔적을 찾기에 애쓰고 있다. 딸 아이와 같은 연령대의 신원미상의 여학생 사체가 발견되자 정신없이 달려가는 미카미와 미나코. 그러나 아유미가 아니었다.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사과에 있던 형사. 그러나 인사이동으로 다들 싫어하고 꺼리는 홍보실로 옮긴다. 그의 역할은 경찰의 수사과정과 결과를 조율해 언론에 알리는 일. 그러나 수사에 방해받지 않으려는 경찰 측과 사실 그대로를 실시간으로 알기 원하는 신문사측과는 언제나 충돌이 있다. 그는 원치않는 인사였고 하시라도 형사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나름 '창문'의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러나 석달전 딸 아유미가 사라지고, 아내 미나코와 정신없이 찾아다닌다. 한달전 연속해서 걸려온 소리없는 전화가 아유미라고 확신하는 미나코는 한발자국도 집에서 나가지 않는 상태이다. 그 와중에 청장님의 64사건의 유족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히고 미카미는 홍보담당관으로서 그 일을 원만히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왜 갑자기 64 사건을 상기시키는 걸까? 14년전 쇼와 64년에 일어난 유괴 살인 사건. 이제 1년만 있으면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다. 지지부진한 수사과정을 독려한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사실은 도쿄측 경찰과 지방경찰의 세력 다툼의 일환이었다. D현경의 수뇌를 도쿄측 사람으로 세우려는 계획에 D현경 형사들은 반발하고, 그 사이에서 형사로서의 신의와 현재 있는 위치에서 갈등하게 되는 미카미.
마음이 울렁였다. 아카마의 말에 새로운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아라키다의 말도 아스라하게 느껴졌다. 그 어느 길도 택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에 정의나 불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 개개인이 맡은 자리는 엄연히 존재한다. 파출소에는 파출소의, 형사에게는 형사의, 홍보실에는 홍보실의 정의와 불의가 존재한다. (p438)
일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만 가고, 언론과의 충돌도 파국으로만 치닫는데, 64사건의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기 시작한다. 무의식적으로 단서를 쫓는 미카미. 이제 자신이 무엇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고 그의 신념대로 나가기 시작한다.
지난 여덟달 동안의 자신과는 달랐다. 어제를 계기로 달라졌다. 꼭두각시의 실을 끊고서 D현경 홍보담당관으로 '바깥'과 마주보고, 자신이 믿는 바대로 직무를 수행했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 오눌이란 시간을 썼다.형사의 옷고, 살갗도, 피와 살도 한점 남김없이 버렸다. 본적을 잃었지만, 그러고 나서야 지금 이곳에 발붙이고 있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깨달앗다. 눈앞의 현실을 보지 않고서는 다음 현실을 볼 수 없는 것이다. (p487)
그러다 그만 64모방 사건이 발생한다. 14년전과 똑같이 한아이가 납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똑같은 방법과 장소로 전달과정을 범인이 요구한다.
64사건의 진범을 잡으려는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다.
14년전의 유괴 살인사건을 둘러 싼 경찰의 미스테리 수사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경찰내부의 알력등을 심도감있는 상황묘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가 12년간 기자로 활동했었던 이력이 있어서인지 경찰과 기자간의 묘한 줄다리기 싸움을 특히 잘 묘사해 내었다.
전체적으로 미카미를 중심으로하는 심리변화와 사건변화가 주된 내용이었기에 지리하게 느껴지는 진행과정이기는 했다. 책의 중후반에 가서야 모든것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한꺼번에 봇물처럼 실마리들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일시에 터쳐나오기 위해서 꽉꽉 막아놓은것처럼 답답한 진행이었나 보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결이라고 말할수 있겠지만 앞의 부분이 너무나도 지루해서 뒤의 박진감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조금 더 완급 조절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미카미의 딸 아유미의 행방이 끝까지 궁금한채로 남아있다. 물론 똑같이 딸을 잃은 마음을 표현하는 면에서 그런 조건을 부여한 것 같지만 이왕이면 마지막에 어떤 약간의 실마리라도 보여주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이 있다.
궁금증을 못 참는 독자로서의 작은 희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