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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 - 가족힐링 여행기
양희 지음 / 달 / 2013년 4월
평점 :

지은이 양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꼭 한번쯤 생각하는게 있다.
경쟁에 휘둘리는 지금 이 현실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말이다.
사실 정말로 작고 소박한 소망인데, 이것을 이루기가 참 힘들다.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힘들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부부 또한 이런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보니 그랬다. 무엇보다 소중한것은 자신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고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찾는 것이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것이 높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중요했다. 더구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것에 나와 남편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다른 엄마들의 사례는 우리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p20)
그들은 조금 더 참되고 진실한 삶의 경험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행을 택한다.
아프리카...
어쩌면 참으로 생소하고 두려운 곳이지만 왠지 가슴이 뭉클 올라오면서 기대가 되는 곳이다.
물론 그곳에서의 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지 않는가.
특히 아이들은 학교라는 틀안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큰아이는 5학년으로 케냐에서 고학년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다 갔기 때문에 영어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더 언어의 장벽앞에 우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각각의 아이의 특성에 맞게 기다려주고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었다.
집을 구하고 차를 사고 거리 밖에 나가는 것도 사실은 겁이나고 두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만남을 갖는것. 그것은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가치있는 일이다.
살다보면 여러 모퉁이에서 운명을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조차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었고, 사랑하다 헤어진 사람들도 꼭 그만큼 사랑했어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행으로 어떤 장소에 머물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어쩌다가, 일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p10)
그곳에서의 생활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저자에게 가져다 준 기쁨은 상상이상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여유를 갖고 느림을 즐길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일에 빨리 잽싸게 열심히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느리다.
사실 아프리카를 좋아하게 된 건 여유와 느림이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게 하는 신비한 마법같은 느림. 그런데 실제 아프리카에 살기 시작하자 그 느림이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만 느린게 아니었다. 일이 진행되는 것도 느렸고 은행업무도 느렸고 심지어 길가를 걷는 염소도 느렸다. 카페에서 커피나 식사를 주문하며 기다리다 눈이 빠지거나 배가 고파서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때쯤 비로소 음식이 나왔다. (p53,54)
그곳 학제는 3학기로 학기가 끝날때마다 약 한달 간의 방학이 있다고 한다, 그 기간을 이용해 저자는 아이들과 정말로 행복한 여행을 많이 했다. 특히 5,199m의 마운틴 케냐의 등반은 잊지못할 추억이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큰아이가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정상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아이에게 단번에 정상을오르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 큰산을 가슴에 품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산을 가슴에 품었다면 이미 정상은 네 가슴에 있을 테니까. (p166)
그곳에서도 저자의 가족은 일주일에 한번식 영아원에서 봉사를 했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의 무언가를 베풀고 주려는 마음이 아이들을 얼마나 성장시켰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함께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한 공동체 의식, 약한 이들에 대한 폭넓은 배려, 승패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 친구와는 무엇이든 나눌 수 있다는 우정,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까지. 어쩌면 아프리카는 내가 고민하고 걱정했던 '아이에 대한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과 길을 준것 같다. 떠나왔다는 그 용기 하나에 아프리카는 내게 큰 박수를 보내준 것인지 모른다. 떠날 때가 되어서 나는 다시 깨닫는다.
"잘 왔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오길 참 잘했다. 다른곳도 아니고 아프리카라니....." (p328)
저자는 우리에게도 스스로에게 잠시 시간을 주라고 권한다. 어디든지 아이가 좋아하는 곳, 자유로운 곳으로 떠나도 좋고, 혹은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좋다. 그냥 생각만 해보라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일상이나 피곤에도 찌들지 않고, 그저 아이와 내기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 쉼표를 주는 것이다. 내 안에, 아이 안에 무언가가 들려 스스로를 춤추게 할때까지... 그런 용기를 한 번 내보라고 권하고 있다.




전체적인 글 구성과 내용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방송원고를 쓰는 직업을 가져서일까? 글에 군더더기가 없이 상당히 경제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나가는,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는, 전체적인 글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필력이다.
여섯챕터로 나누어 출국준비하고, 처음 도착해서의 적응, 아이들의 학교 적응, 케냐 여행기, 그리고는 그곳에서의 일상, 마지막으로 얻을 수 있었던 아이들의 성장...
어느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알맞고 짜임새 있게 구성이 되어 있다.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사진을 배치함으로서 무얼까 하는 궁금증도 해소시키고, 간접적인 독자의 케냐 여행도 만족시켜줄 수 있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에 활자도 작았는데, 손에 놓을 수 없었던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나 또한 잠시 케냐에 다녀온 기분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