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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힘들어 - 십대 자녀와 함께 가는 마음 여행
문경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지은이 문경보
십대.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다, 현실은 그들의 마음을 추슬릴 겨를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아이들은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곳 조차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다. 거기에 그저 미래를 위해, 지금 현재의 즐거움과 여유를 잠시 반납하라고 요구한다. 순종적인 아이들은 감정을 숨긴채 묵묵히 따르고, 자아가 센 아이는 이리저리 럭비공처럼 튀어나가며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힌다.
이 아이도 저 아이도 건강한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들을 위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주어야 하는지, 그들이 힘들어 할때 어떻게 옆에 있어주어야 하는지.
그런데 아는게 병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기에 엄마들도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온힘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엄마도 힘들다.
"선생님, 그런데요. 우리 엄마들도 힘들어요. 우리 힘든 것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죠?" (p6)
그러데 과연 우리 엄마들은 무엇때문에 힘들어 하는걸까? 누구때문에 힘들어 하는 걸까?
우선, 어머니가 힘겨워하는 상황이 자녀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문제로 상황을 인식하면 해결하기가 한결 쉬워지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가해자가 어머니라는 차가운 법정의 논리를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에요. 어머니가 살아온 과거나 현재의 마음을 어떻게 다루면 조금 덜 힘들어질지 실제 상담했던 사례들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내비쳐보았어요. (p7,8)
저자는 20여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심리학을 공부, 청소년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교사의 경험이 많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통한 여러가지 사례를 만나본 이력으로 글 곳곳에 일반화 될 수 없는 각각의 사연이 들어 있다.
보통 십대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책은 사례를 일정하게 분류, 사례별로 정리하여 팁을 가르쳐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끝까지 읽어도 어떤 정형화할 수 있는 팁을 얻어가진 못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을 잡게는 한다. 어떤 각오도 생기게 한다. 그러나 "부모를 위한 십계명" "내 아이와 같이 가는 법"등의 일목요연한 정리를 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 안에 담긴 내용은 참으로 진솔하고, 마음이 뭉클하고, 공감하고, 눈물짓게 만든다.
실제 부모의 자신의 과거가 연결된 정서적, 감정적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었서도 매듭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렇지 않던가.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나의 감정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동일하지 않게 된다. 아이는 그 사실에 혼란을 느끼고.
또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이루지 못했던 것, 내가 부모에게서 받았던것 , 받지 못했던 것 들이 무의식 중에 내 아이의 관계에 투영됨을 부인할 수 없다.
어머니의 나이는 지금 몇살입니까?
아니, 한 사람으로서의 나이 말고 엄마로서의 나이말입니다.
아! 이제 질문의 의미를 아셨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어머니가 가슴으로 사랑하고 온몸으로 아프게 느끼는 그 친구들과 어머니는 나이가 같습니다. 자녀가 열일곱 살이면 어머니의 나이도 열일곱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두셨다면 엄마도 사춘기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지고 당황하게 되고 혼란스럽고 힘겨워지는 시기를 지금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났다. 그리고 엄마가 태어났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갖은 사연을 엮어내면서 매일매일 만들어져 가는 사람입니다.
(p61)
태어날때부터 엄마로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자란다. 딱 아이들 나이 만큼만 자라왔다. 그렇기에 아직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것이 많고, 실수도 많다. 나의 실수가 아이들에게 전달될때 우리는 또 한번 절망한다. 그렇게 우리도 배워가고 있다.
부모는 자식의 앞날에 관해, 현재의 부족한 점에 대해 지나치게 애를 태우지 않으면 좋겠다. 현재 가진것들로 세상을 살아가기에 넉넉하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즐거움만이 아니라 아픔도 다 인생이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가혹하게 살지 말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스무살 이후의 세상을 위해 열아홉을 반납하라고 독촉하며 소리를 질러댄,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내가 부르는 간절한 뉘우침의 노래이기도 하다. (p194)
나의 아이들을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그들도 편한 마음으로 나를 대할 수 있을것이다. 세상을 너무 어렵게, 한가지 방향으로만 살라고 말하지 말아야 겠다. 나는 내가 살아온 길 밖에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더 많은 길이 있고, 무엇이 더 나의 아이에게 맞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내가 지나온 길, 내가 아는 길만이 좋은 길이라고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발달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혹시 자녀가 또래보다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분명히 우리 자녀의순서는 옵니다. 지나치게 걱정을 해서 그 순서를 놓치게 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자녀가 자신의 순서와 만나는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수 있도록 부모가 자녀에게 여유를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부모는 때론 속아주기도 하고, 마냥 기다려주기도 하고, 늘 먼저 들어주고, 기대를 내려놓기도 하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시간과도 만나셔야 합니다.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것처럼 당황하며 행동하지 마시고, 어떤 결과를 위해 급하게 변화를 주려고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가 즐거움을느끼며 웃을 수 있는 상황을 한가지쯤 만들어 주십시오. 유머를 즐기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순서가 오면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p253)
마지막 나는 이 구절을 읽고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아이의 순서가 올 때를 한결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나는 꿈꾼다.
십대 자녀를 둔, 마음이 아프고 지친 모든 엄마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