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는 이제 그만 읽기의 즐거움 13
토마 고르네 지음, 오로르 프티 그림,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지은이    토마 고르네

그린이   오로르 프티

 

 

 

"아빠, 나 블라우스 하나만 사줘용."

딸 아이가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부탁을 합니다.

"그래, 그대신 아빠한테 뽀뽀!"

"에이, 관둬!"

남편은 언제나 딸아이에게서 뽀뽀 한번 받아보는게 소원이지만 까칠한 딸은 항상 거부모드예요.

 

뽀뽀는 애정표현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살과 살을 맞대는 스킨십을 잘해주어야 하지요. 그래야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고 불안해 하지 않습니다.

스킨십은 아이를 향한 무한한 사랑의 표현이며, 아이는 그럼으로서 사랑받고 있고, 소중히 여김을 받는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자라 자아가 형성되면 언제부터인가 뽀뽀를 거부하곤 합니다..

왠지 아기가 하는짓 같고, 창피하고, 자신은 이제 컸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도 그랬어요.

이제 8,364 살인 카이는 이제 하루만 지나면 9살이 되지요.

이젠 아기도 아니고, 보통 남자아이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보통 남자아이예요. 다른 남자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오늘부터는 뽀뽀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뽀뽀는 끝났어요. 끝이에요. 뽀뽀는 이제 그만! 내일이면 난 아홉살이 돼요. 더는 뽀보할 나이가 아니지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아빠와 엄마가 밤에 내 침대에 와서 잘 자라고 뽀뽀 인사를 하려고 하면, 나는 숨을 꾹 참고서 딴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뽀뽀가 끝나면 몇 분 동안 속이 좀 메슥거리기도 했어요.

이렇게 뽀뽀를 받을 때마다 나는 갓난아기나 아주 어린애, 혹은 잠자려면 여전히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보잘것없는 아기새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p6)

 



 

이젠 뽀뽀 할 나이가 지났다고 생각한 카이는 9살 생일을 기점으로 모두에게 뽀뽀를 안하겠다고 선언을 하지요.

 

"뽀뽀는 이제 안 해요!"   (p14)

 

 


 

 

아빠와 엄마는 카이의 결정을 이해 할 수 없었고 카이 나이의 남자애가 부모에게 더는 뽀보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왜 뽀뽀하기가 싫은지 부드럽게 카이에게 묻지요.

 

나는 뽀뽀는 아기들이나 하는 것이라서 싫다고, 진짜로 싫다고 힘주어 대답했어요.

내 말을 들은 엄마의 푸른 눈동자에 분노와 슬픔이 뒤섞이는 게 보였어요.  (p30)

 

카이는 학교에서 새로 전학 온 친구 파스칼이 혼자 외롭게 있는것을 발견합니다. 파스칼은 얼마전 가족 중 한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슬퍼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뽀뽀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더 슬프다는 말을 들은 카이는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파스칼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싫은 카이는 그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어느 날 집에 놀러온 파스칼은 카이의 할아버지와 다정스럽게 뽀뽀를 해요. 



 

 

순간, 난 바닥에서 붕 뜨는 기분이 들었어요. 뽀뽀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로, 내가 다 컸다고 생각한 뒤로, 그리고 파스칼을 만난 뒤로 내 속에 있던 작은 무언가가 점점 커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난 이 작은 무언가가 온몸에 퍼지는 걸 내버려 뒀어요.

파스칼에게 가서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파스칼이 울음을 그칠때까지 파스칼의 뺨에 뽀보해 주고 싶어요.   (p62,63)

 

 

카이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몸 속에서 퍼지는 작은 무언가는 무엇이었을까요?

 

뽀뽀를 잘 안해주는 우리 딸도 길을 걸을 때면 손을 꼭 잡아 주어야 한답니다.

아마도 뽀뽀를 대체하는 딸만의 사랑과 공유의 표현인 것 같아요.

 

서로의 신체를 맞대고 감정을 공유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행위입니다.

가끔 우리의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거부할때도 있지만 그것은 자신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지 사랑의 표현이 싫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그걸 모르고 엄마들은 섭섭해 하기도 하지만요.^^

 

이 책은 프랑스작가에 의해 씌여졌기에 우리나라와는 조금 정서가 안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신체접촉이 많은 인사법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실제 9살짜리 남자아이에게 뽀뽀를 해대면 거부할 아이들도 꽤 나올겁니다.^^

그러나 반드시 뽀뽀가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작은 스킨십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볼때 조금 붙어 앉아 있다든지, 서로 다리 하나정도는 걸쳐놓고 있다든지, 가끔은 손을 꼭 잡아준다든지요.

어쩌면 아이들은 싫다고 뒤로 빼며 거부할 지도 몰라요. 그래도 속으로는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평안해 할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카이의 마음이 바로 그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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