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 -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낯선 세상의 심장 소리
이시우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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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시우

 

 

하늘 높고 맑은 날, 보슬보슬 비가 오는 날, 스산하게 바람이 부는 날.

문득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

누구나 여행에 대한 애잔한 로망을 갖고 있지 않을까?

발길 닿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맛있는 식사도 같이하며 그들의 인생을 듣고 나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혹여는 어려운 일도 당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다 추억이려니 감수하며 기쁘게 떠나는 여행.

그런 여행을 한 사람이 여기 있다.

 

저자는 한때 전국대회를 휩쓸던 보디빌더였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입고 200일간 병원에서 재활을 하였다. 어쩔수 없이 보디빌더의 꿈은 저버렸지만 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발을 한걸음씩 내민다.

 

트레이너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라는 직업 덕분에 중국 고위 간부부터 성공한 사업가,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 순박한 현지인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 돈이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배움'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은 단 하나, 시간뿐이었다.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결심했다. 자전거를 타고 더 낯선 세상속으로 들어가자. 자전거는 내 영혼보다도 자유로운 탈것이니,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를 데려가 줄것이다. 물론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딱 맞다. 마음가는대로 다니다 보면 이국의 땅을 비추는 태양 빛과 바람소리, 문명과 자연의 가르침, 사람 냄새 나는 세상 이야기가 가슴속에 차곡차곡 쌍이겠지. 이제야 병원 침대를 박차고 일어선 마음이 두근두근 웃는다.            (p6,7)

 

우린 흔히 혼자 여행을,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위험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며 걱정부터 하게 된다. 아마도 저자도 그런 염려를 가졌으리라. 그러나 우리들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순박하고 자나가는 여행객들에게 자신의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다닌 곳이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기심의 산물인 문명(?)과 조금은 떨어진 곳이었기에 가능했을까?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자꾸 왜곡하게 되는 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제목에 나오는 슈슈는 아저씨란 뜻이다. 길 가다 만나는 아이들은 항상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낯선이를 반겨 준다.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이것저것 묻고 귀엽게 대답하는 모습이 외로운 여행객에게는 기쁨이고 힘이 된다.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

"그래, 그렇게 하자."

나도 웃음을 지으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p57)

 

 


 

 

여행은 자연을 알게 해준다.

가다가 지치면 잠시 페달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아름다운 자연과 생물들, 그와 함께 공존하며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경쟁하며 싸우며 사는 현실을 잠시 잊어본다. 그리고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남들 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과연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함께 함이, 공존함이 정말 가치 있는 것 아닌가?

 

한번은 가던 길을 멈추고 초원에 잠시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바람이 소리를 내며 지나고 햇살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자전거 여행의 매력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 여행이 좋다.   (p64)

 

 


 

 

여행은 우리의 눈을 넓게 만든다.

좁고 답답한 현실의 잣대에서 자연을 머금은 세상을 품은 잣대를 갖게 해준다.

 

비옥한 땅에 심기만 하면 맛있는 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이곳에서 저녁이면 사랑하는 아내와 와인잔을 부딪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아볼까? 시골 생활이 심심하면 아내와 멋지게 차려입고 부릉부릉 클래식카를 타고 시내 클럽에 가서 놀다 오고, 아이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전원에서 키워야지. 아이들은 흙냄새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자연에서 실컷 뛰어놀게 해주고 어깨너머 배운 기술로 방에 분홍색 타일을 깔고 큰 거울을 달아줘야 겠다. 한살 한 살 커갈때 마다 키를 재주고 좋은 친구가 돼줘야지. 세계지도를 보여주며 세계곳곳을 여행할때 생겼던 일들도 이야기해줘야지. 언제나 화창한 봄만 있을 것 같은 이곳, 레네에 언젠가 꼭 다시 올거다.  (p150)

 

 

 


 

여행은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준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 여행객을 위해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먹을 것을 주며, 무엇보다 사람의 정을 준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란저우 주변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나가면 손을 흔드는 사람도 많고, 쉬고 있으면 주전부리를 쥐어주고 가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장이도 그런 고마운 사람중 하나였다. 너무 지치고 배고파서 못이기는 척 따라 나섰더니 족발 비슷한 요리랑 채소볶음, 고기가 듬뿍 들어간 쌀국수를 사준다. 길에서 만난 낯선 이를 위해 식사때도 아닌데 밥을 사는 그에게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p43)

 

길 위의 인연에도 우정은 쌓이는 법이다.  (p44)

 


 


 

 

 

여행은 내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내가 속해있는 환경속에 언제나 위의 삶만을 바라보고 살던 눈을 힘들고 어렵지만 밝은 이들의 삶을 보는 눈으로 바꾸어 준다.

 

연탄재가 온 하늘을 뒤덮은 광산마을. 땀에 찌든 옷을 입고 재를 마셔가며 갈라진 맨손으로 돌을 옮기는 노동자. 군부대 식당에서 일해 한달에 13만원을 받는 여자. 계란이 덜 익었다는 이유로 월급이 반으로 깎였지만 그녀는 그나마 돈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허름한 농촌마을. 아이들은 쓰레기를 모아놓은 곳 옆에 엉성하게 집을 지어 놓고 쓰레기를 가지고 논다.

생존이 걸린 가난이 정말 무섭다는 걸 여행하면서 알아간다. 여행이라는 낭만을 덧씌워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을 즐기는 나라는 놈이, 어쩌면 대단히 미안한 짓거리를 하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여행중인 내게 손을 내민 그들은 모두 이웃 같았다. 최소한 내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외면하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개발이 덜 되었거나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나라들을 누비고 다니다 철이 든다.   (p288)

 

 



 

여행은 나를 자라게 만든다.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나를 나답게 만든다.

 

그저 돌아다닌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자랐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게 됐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흙먼지 풀풀 이는 땅을 룰루랄라 밟으며 달리다가, 나라나 도시의 숫자만큼, 아니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만큼, 뜨겁게 뛰고 있는 세상의 심장과 마주쳤다. 그때 세계를 향한 낯가림이 끝났다. 이제 나는 길위에서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p295)

 

 


 

 

저자의 아름다운 여행에 책과 함께 동행하면서 나 또한 그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하고, 한층 자란듯 하다.

따뜻한 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나는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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