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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졸우교 - 소설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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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양선규
책 읽기를 시작한지 약 4년이 되었다.
그전까지 나에게 있어서 책은 여성잡지와 자녀교육서 그리고, 아이들 그림책과 동화책 수준이었다.
그래도 난 초등학교때는 책을 제법 읽었고, 글을 꽤 써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중고등학교때는 거의 책과는 인연을 맺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적과흑>, <데미안>, <전쟁과 평화>이 세 권이 고등학교시절 유일한 독서목록 이었음을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은 나도 모르게 읽기전부터 주눅이 든다. 읽어 가면서도 점점 머리가 새하예짐도 그 과정중 하나이다.
<장졸우교>
장졸우교라는 말은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써 감추다.'라는 뜻입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장교어졸(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다)을 패러디한 말입니다. 소설도 아니고 소설론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이 책의 글쓰기가 결국은 그런것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평이 글쓰기의 선한 노력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읽은 소설과 제가 쓰는 소설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저자의 말 중)
조금만 어려워 지면 머리가 백지가 되는 아직 독서 쌩초보가 그래도 인문학에 발을 들여놓아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그것도 소설로서 시작하니 조금은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결론은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받아들일만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 첫 말미에는 저자의 글 숨결과 속도에 나를 밎추느라 항상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그것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하면 읽기에 속도가 붙는다. 이 책은 그 시간이 조금 길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긴 문장의 주술 상관관계가 너무 멀어 연결이 자꾸 끊길 때도 있었다. 그리고 논리의 넘어감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때도 있었고, 표현을 많이 어렵게 해 놓은 것도 있었다.
(아마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그렇게 산을 뛰어 넘듯이 논리가 마구 뛰어넘나 보다. 난 한봉우리에서 능선을 따라 걷고 있는데, 작가는 벌써 저 봉우리로 옮겨가곤 하는 바람에 난 내 나름의 구름다리를 찾아 연결해줘야 했다. 몰론 작가가 넘어간 구름다리는 찾을 길이 없고 그나마 나의 구름다리도 내 수준으로 걸쳐놓을 만 하면 만들어 가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을때는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그냥 다음 봉우리로 공간이동을 해버린다. 물론 그 사이의 논리의 연결은 무시한 채 말이다.^^)
그래도 읽으면 읽을 수록 머리속 뇌가 청소가 되는 기분이랄까?
어쩌다 너무나도 잘 연주된 음악을 듣고 나면 내 귓속이 깨끗하게 청소되고 마사지까지 받은 기분이 나듯이 이 책도 진행될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읽었던 소설에 대한 느낌, 생각,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일 때도 있고, 생각나는 이야기를 연결할 때도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변이 나올 때도 있고. 한 편 씩 읽어 갈때마다 새록새록 재미있었다.
그중 재독에 관한 저자의 글은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재독은 보통 '특별한 내면의 요구'에 부응할때가 많다. 의식은 포착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이 무엇인가를 조회할 필요가 있을 때 등장한다. 무의식이 취하는 고전적인 자기표현 방법중의 하나다. 무의식은 늘 그런 식이다. 자기가 원하면 뜬금없이 여행이나 독서나 가무의 충동을 일으킨다. 교양 욕구나 심신의 재충전 같은 '무목적의 목적'을 내세워 자신의 '삶'을 슬그머니 의식계에 투입한다. 재독은 그러므로 '무의식으로의 여행'이다. 스스로 재독 리스트를 작성해보면 자신의 내면에 그려진, 마치 심해 지도와 같은 음영 짙은, 트라우마의 초상과 대면할 수 있다. (p43)
어떤 장은 저자도 인정했듯이 소제로 내세운 소설과 그의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것인가 황망할때도 있었지만, 생각의 연결고리가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것이 내 뇌세포의 탄력성을 훈련시켜 탱탱한 상태로 만들어준듯한 기쁨도 있었다.
글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다. 저자 또한 중간중간 자신의 작품들을 발췌해 올려 놓았는데 그의 삶의 질곡을 볼 수 있었다. 그가 겪은 삶을 책읽기와 글쓰기로 완곡하게 표현하였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 책을 재독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의 무의식이 언젠가 이 책으로 나를 이끄는 날이 있겠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책을 읽는다는 말이다. 내 주제가 책의 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내가 가진 그릇이 작으면 책에서 퍼 올 것도 적고, 내 그릇이 커지면 책에서 퍼 올 것도많다. 그러니,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것이 책이다.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