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지은이  코번 애디슨

 

 

지구촌 곳곳에서 인권이 유린 되는곳이 참 많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음에도 방관하는 사이,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중에 특히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의 인권유린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행해지고 있는 어린여자아이들의 인신매매.

그들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인생에서 지울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고통과 상처, 버려짐과 외로움에 의해 아이들은 평생 잊을수 없는 치욕과 끔찍한 기억들을 가져야 한다.

오히려 그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인도에 엄청난 쓰나미가 밀려오던 날, 열다섯살 소녀 아할리아와 그녀의 두살 어린 동생 시타는 부모님과 집, 그들의 모든것을 잃어버린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그들은 한순간에 의지할 곳, 갈곳 없는 신세가 된다. 그들이 다녔던 학교로 가기로 작정한 그들은 길을 떠나지만 도중에 인신매매단을 만나 팔려가게 된다.

반항을 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들은,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자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어느새 아할리아는 남자들의 짧은 즐거움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그녀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꿋꿋하게 견뎌내간다.

 

지구 반대편, 미국의 변호사인 토마스는 인도인 아내 프리야와 헤어지고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의 사이에 있던 딸 모히니의 죽음과 그의 세상에 대한 욕심이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회사의 권고로 1년간 그는 CASE 성착취반대연합이라는 단체의 인도지부에서 일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 여자아이의 납치사건을 목격한데다, 인도로 돌아간 프리야에 대한 그의 마음이 그를 인도 뭄바이로 가게 했다.

 

인도에서의 활동을 하게 되면서 그는 법의 허술함과 사람들의 방관과 무관심, 경찰의 부패와 법조계의 결탁등에 무기력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소녀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할수 있음에 가치를 두며 살고 있다.

 

미성년자 매춘을 검거하다 그는 아할리아를 구출하게 되고 그 사이 시타는 다른곳에 팔려가게 된것을 알게된다. 아할리아의 전부인 시타. 아할리아는 토마스에게 팔찌를 끼워주며 동생을 찾아줄것을 부탁하고, 토마스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의해 혼신을 다해 시타를 찾기에 노력한다.

 

두꺼운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떼어 낼수가 없었다. 아할리아와 시타의 처절한 운명에 가슴이 답답함을 어쩔 수도 없었다. 왜 이 세상에는 이리도 악한 사람이 많은 것인지. 왜 그들은 약한 이들을 그리도 괴롭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인도의 신분제도와 그에 얽혀 여자를 대하는 태도에 너무나 많이 놀랐다. 아할리아와 시타가 쓰나미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행복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혼인을 했을터이다. 다만 쓰나미 하나로 순식간에 모든것을 잃었을 뿐 그들 자체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사람들의 이중적 잣대가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인도만 그런것은 아니다.

동구권 아가씨들은 돈을 벌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취업을 하려 하지만 그 곳에는 언제나 그들을 노리는 악마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인해 성의 노예가 되어버린 그들을 누가 구해줄것인가.

 

책속에 나오는 범법자의 독백은 변명에 지나쳐 심한 자기 합리화 처럼 느껴졌다.

 

네가 여기 있는 건 내가 매춘 장사를 즐겨서가 아니야. 남자들이 성매매를 즐기니까 그런거지. 난 그저 중개인에 불과해. 어떤 사업가는 물건을 팔고, 어떤 사업가는 지식을 팔지. 난 환상을 팔아. 다 똑같은 거야. (p427)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끝나 조금 마음이 편해졌지만 이미 상처받은 그들의 인생은 어찌할 것인가.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매음굴에 잠입, 취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를 누비는 인신매매단의 활동과 그 범위들, 수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거기에 어린아이를 이용한 마약밀매까지...

아마도 직접적인 취재가 아니면 알지 못했을 정보까지 있는듯하다.

법을 전공한 사람답게 문체는 사실적이고 간결하며 화려하지 않다. 아마도 번역의 한계가 있어 내 마음을 울릴만한 문장을 찾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사건전개로 볼때 오히려 간결하고 사실적인 글들이 더 와닿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우리나라에 태어났음을 우리 아이들이 이 땅에 태어났음을 참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어딘가에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인권이 보장되고 있으니까...

 

책 속에 나오는 토마스의 시는 그래서 나에게 더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우리는 태양을 건넌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자가

시간의 바늘에 드리워진다.

우리를 낳은 빛이

명명하는 이름들로

(p459)

 

지금도 어디에선가 고통당하고 있을 어린아이들의 신음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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