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지은이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20년째 침대에서만 생활한 한 사람이 있다. 왜 그러는지 언제까지 그럴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20년을 침대에서 보냈다. 이제는 가족들 까지도 그것이 정상인것 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주인공인 '나'의 형 맬은 어릴때부터 조금 남달랐다. 남이 하지 않은것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어서 알몸으로 지붕 안테나를 붙잡기도 하고, 기이한 행동을 일삼곤 했다.

어린 시절, 나는 형이 언제쯤 평범한 하루를 전혀 평범하지 않은 하루로 바꾸어 버릴지 심장과 뼈와 섬유 조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p163)

그래도 공부도 곧잘하고 외모도 뛰어난 형은 나의 이상형인 '루'와 연인관계이다. 나는 언제나 그 옆에서 루를 바라보는 존재일 뿐이다.

아버지는 승강기를 다루는 기술자로 오래전 승강기 사고로 죽은 이들의 기억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네 가슴속에 있는 가장 무거운 사진이 무엇이든, 그 사진이 바로 네가 남길 유산이야. 그 사진을 후손에게 남기고 떠나는 거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런거다. 우리에게 사진을 바꿀 만한 시간이 있을까? 아예 그런 사진이 생기지 않도록 피하면서 사는 편이 더 낫진 않을까? (p34)

엄마는 언제나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봉사하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그녀에겐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삶의 이유였다.

맬이 스물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 그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과도기.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는 지났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는 아직 오지 않은 인생의 과도기 말이야. (p172)

그는 이유를 말하지 않은채 그날부터 침대에 들어가 나오지를 않는다.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것은 일상이 되어 버리고, 이제 맬은 630 킬로그램이 넘는 몸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누워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팬레터를 보내는 상황까지 이르고, 루는 그런 맬을 끝까지 바라보다 결국 벗어나기 위해 '나'와 여행을 떠난다.

드디어이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지 7483일째 되던날, 아버지는 그를 집밖으로 들어올리기 위한 기계를 작동시키고, 나는 루와 새로운 가정을 만들게 된다. 이때 맬의 입에서 나오는 말. 

 

"형이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어."

"아니야. 내가 구원한거야.

나는 엄마에게 누군가를 이십 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 내가 엄마를 살아 있게 한 거야."

"아버지에겐 새로운 사진을 드렸군."

"그리고 너에게는 루를 줬어."   (p368)

 

맬은 정말 이 이유로 침대에 들어간 것일까?

그가 25번째 생일날 생각한 것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자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들.

그렇기에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 방법 밖에 없었던 것일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도대체 맬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했었다. 마지막 그의 대답을 들었을때 그래야만 했던 그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뭐, 소설을 쓴 작가 마음이지 내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

소재 자체는 무척 신선하다. 이런 소재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상당히 흡입력 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과거와 현실을 들락날락 하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대단한 사건 전개가 없음에도...

또 한가지 이번에도 이 번역자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능력일까, 번역가의 능력일까?

정말 쳐질수 밖에 없는 내용을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번역가의 능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검색을 해보니 내가 전에 칭찬해 마지 않았던 <피그맨>,<파이어 크로니클>의 번역가였다. 독자가 이해 하기 쉽게, 읽어 내려가기 편하게, 우리말을 정말 이리저리 잘 맞춰가며 번역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인지 오탈자가 아닌가 하는 다음 문장도 일부러 그렇게 써 놓은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지금 집에 안 없으니까 그렇지. 시장실 청소를 하러 갔어. 돌아올 때쯤엔 난 여기 없을거야." (p150)

[안 없으니까]는 [안 계시니까]나, 그냥 [없으니까]로 고쳐야 하는데, 맬이 당황해서 한 답변을 [안 없으니까]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번역자 자신만 알고 있겠지?^^

 

소재이 신선함이나 문장력, 번역의 완성도 면에서는 한번 읽어볼 만하다.

그래도 이해는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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