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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칠이 실종 사건 ㅣ 샘터어린이문고 32
박현숙 지음, 이제 그림 / 샘터사 / 2012년 12월
평점 :
도깨비 마을.
원래 이름은 따로 있지만 사람들은 도깨비 마을이라고 부른다.
옛날에 도깨비가 나오는 산을 깎아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이마을이 생겼다.팔을 쭉 뻗으면 하늘을 만질 수있을 것 같은 높은 동네.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늘어나고, 또 자고 일어나면 집이 늘어났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가 방망이를 두드려 집과 사람들을 만들어 낸 것처럼.
그래서 '도깨비 마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봉기 할아버지도 그때 도깨비 마을로 왔다.
사람들은 도깨비 마을로 가기 위해 수백개의 계단을 만들었다.
한숨에 다 오를 수 없는 계단을 사람들은 몇번씩 허리를 펴고 쉬어가며 올랐다.
(p14)
이제 얼마 안있으면 새로운 아파트를 짓기위해 철거되는 달동네.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수 있는 기회를 가정 먼저 주겠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형편으로는 살수없는 가격에,
집을 마련하기위해 정든 동네를 떠나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른들은 그런 어려움들을 부딪치며 아둥바둥 살아가기 바쁘지만
그속에서 어린 아이들은 자신에게도 소중한 무언가를 주장하지 못하고 조금씩 주눅이 들어간다.
명칠이가 이사를 갑니다.
하지만 소중한 개 똥칠이는 데리고 갈수가 없습니다.
명칠이는 친구 봉기와 송이에게 자신이 아끼던 카드와 구슬까지 주면서 똥칠이를 부탁합니다.
얼떨결에 똥칠이를 맡게된 둘은 나름대로 열심히 보살피지만
똥칠이는 어딘지 자꾸 아파보이고 밤에는 구슬프게 울기까지 합니다.
걱정이된 둘은 명칠이가 준 12000원을 들고 동물병원을 갑니다.
똥칠이는 새끼를 배고 있었습니다.
많이 허약해져 있다는 말에 둘은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상황에 둘다 마을을 떠나게 되고,
어느날 똥칠이가 없어집니다.
검은 그림자속의 목소리를 듣던 날 밤, 사라진것입니다.
영양을 판다는 네거리 식당에 팔린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둘은
똥칠이를 찾기 위해 학교도 빠져가며 수사를 벌입니다.
둘이 용의자로 추측한 사람들을 미행해가며 똥칠이를 찾던중,
.....
사람들은 도깨비 마을을 떠나면서 가지고 가는 것보다 버리고 가는 것이 더 많았다.
(p15)
현재의 집보다 좁은곳으로 갈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많은것들을 버리고 이사를 갑니다.
그러나 그들이 놓고 가는것들이 단지 물건만은 아닐것입니다.
아이들또한 많은 것들을 버릴수 밖에 없지만 그들의 선택이 아닙니다.
'하봉기 집'
봉기네 집 담벼락에는 까만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담벼락의 벽돌이 깨진 구멍마다 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봉기가 태어나던 날 아빠는 담에 봉기 이름을 써놓았다.
봉기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빠가 쓴 글씨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봉기는 이 글씨를 볼때 마다 꼭 아빠가 이름을 불러 주는 것 같았다.
이제 마을이 없어지면 '하봉기 집'도 없어진다.
봉기는 아빠와 헤어지는 것처럼 코끝이 찡했다.
(p43)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는 도깨비 마을.
불빛이라고는 달랑 봉기집에서 나오는 형광등 불빛밖에 없는 곳.
이제 텅빈 도깨비 마을에 바람만 남았다.
혼자 남은 바람이 동네를 삼킬것처럼 겁을 주며 다녔다.
봉기는 꿈을 꾸었다.
도깨비 마을에 방망이를 든 도깨비가 나타나는 꿈이었다.
도깨비는 황금빛의 반바지를 입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동네를 뛰어다녔다.
도깨비가 지나는 자리마다 사람이 한명씩 생겼다.
도깨비 마을은 금세 사람들로 꽉 찼다.
그사람들중에는 명칠이도 있었고 송이도 있었다.
또 담에 글씨를 쓰는 아빠도 있었다.
뒷모습니어서 아빠 얼굴을 볼수 는 없었지만 '하봉기 집'이라고 쓰는 걸보면 아빠가 분명했다.
(p48)
봉기는 사람이 없어진 도깨비 마을이 아니라
도깨비 방망이의 요술로 사람들이 생겨나는 마을을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신 아빠가 돌아오시기를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낡은 것은 없어지는게 당연하거든. 이마을은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아.
무너뜨리고 그 위에 새것을 짓는 것은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지. 서운하겠지만 다 우리가 이해하고 견뎌내야 할 부분이다."
"낡지 않은 것데도 없어진게 많아요."
"그게 뭐니? 이사 갈때 가지고 가지 그랬니?"
"물건이 아니고요. 친구들이요.
아기때부터 함께 골목에서 뛰어놓았던 친구들이 먼곳으로 뿔뿔이 이사가고 이제 달랑 봉기 한명 남았어요.
아마 다시는 볼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마당에 꽃밭도 없어졌어요.
할아버지가 직접 가꾸신건데, 마당을 가들 채우던 꽃도 이제는 다시는 못볼거예요."
"친구는 다시 사귀면 되고, 꽃은 새로 심으면 된단다."
(p118-119)
이 책은 없어진 개 똥칠이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히 똥칠이를 찾는다기보다
우리가 쉽게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들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봉기와 송이는 자신이 자라온 도깨비 마을을 그속에서 함께 느껴지는 추억들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추억의 하나인 똥칠이도 마찬가지이지요.
어쩔수 없이 도깨비마을은 철거되었지만
검은그림자 목소리의 아저씨네 집에 똥칠이를 맡기고
봉기가 아빠의 손길이 남아있는 벽돌을 그곳에 가져다 둔것은
봉기의 소중한 바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 마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바램이요.^^
초등학교 3,4학년이 읽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납치범을 찾기위한 추리를 해가는 과정이 조금 허술하기도 하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해 보일것 같습니다.
끝부분의 나름의 반전은
(어른들이 읽을때는 예상할만한 반전이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합니다.
(중2짜리 울딸도 반전이라고 표현했으니까요^^)
그런 과정속에서 자칫 어두울수 있는 철거문제라든가 유기견문제들을
쉽게 다가갈수있도록 풀어놓은점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