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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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해원 김혜연 임어진 임태희

 

 

 

울딸은 요즘 독서 삼매경이다.

하지만 본인이 원해서 하는 독서가 아닌 국어 수행평가로 독서 포트폴리오를 내기 위한 독서이다.

며칠전 딸은 내게 급명을 내렸다.

 

"짧고, 재밋고, 뒷이야기 쓸수 있으며, 감동적이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강렬한 책좀 빌려다 줘."

 

아니,

내가 무슨 속독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보는 작가나 출판업자도 아닌데

그 수많은 책중에 뭘 고르란 말?

 

그래도 금쪽같은 딸의 엄명인지라, 도서관에서 이리저리 책을 고르던 중,

내 눈에 띄인 책 하나.

<가족입니까>

우선 단편집이니 금방 읽을거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니 주제 분명하고,

각각의 캐릭터별로 모든 상황이 엮어져 나오니 흥미진진할것이다.^^

오우, 나의 탁월한 선택...

 

딸에게 휙 던져주니, 딸 반응도 괜찮다.

돌아서 생각해보니 내가 더 궁금해진다. 이 책의 내용...

 

그래서 펼쳐든 책...

 

 

광고회사 쌈박기획에서는 이번에 마두테크놀로지의 신제품인 핸드폰 광고를 맡게 되었다.

여러가지 컨셉을 가지고 고민하던중 한가족을 모델로하여 연작광고를 만들기로 한다.

카피는

지금 하세요.

귀가가 늦는 딸에게 어떤 문자를 보낼까 고민하는 엄마,

밤새 트럭을 운전하다가 딸이 보닌 따뜻한 메시지를 받고 힘을 내는 아빠,

공부하느라 지친 동생에게 익살스런 동용상과 노래를 보내주는 다정한 누나,

엄마의 결혼 기념일에 파도소리 갈매기소리 들리는 바다를 동영상으로 보내는 아들.

각 역할을 맡게되는 안지나 팀장, 박동화 출판사 사장, 연기지망생인 공예린, 쌍둥이형에게 언제나 비교당하는 김재형 을 각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예린이의 생각

엄마, 나 좀 그냥 나둬요. 나도 할수 있다고요.엄마는 내가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지만 아니라고요.엄마가 내손 내발 내생각 다 묶어 놓고 이었다고요....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할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판단하도록 놔둬요.

가족은 울타리?

울타리는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가로막이기도 하다. 울타리는 세상에 지친 사람을 보듬어 주기도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을 가두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걸 아는 걸까?

 

안 팀장의 생각

나는 줄곧 깨금발을 딛고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구나. 그래서 앞으로 혹은 뒤로 넘어질까봐 무척이나 겁을 냈구나. 난 혼자니까 모든걸 잘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 모르는게 있어서도 안 되었고 아파서도, 지쳐서도 안되었어.외로움은 나약한 것,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믿어 버렷지.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건은 왜일까. 엄마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어쩌면 나는 이제껏 엉뚱한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던 게 아닐까?

 

 

재형이의 생각

입으로는 차마 하기 어려운 "어머님, 죄송해요 어쩌고...."하는 문장을 쓰는데 방문이 열렸다. 나는 문장을 만드는데 몰입한 나머지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문장을 다 쓰고 고개를 들었을때 팔짱을 끼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싸늘한 표정이었다. 아니,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 폴더를 닫아버리고 말았다. 이제껏 작성한 긴 문장이 마침표 하나 남기지 않고 지워져 버렸다. 죄송한 마음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내가, 아니 우리가 주위에 철조망을 쳐 놨다고? 엄마는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핸드폰 때문이었던 거다.

 

 

박동하의 생각

그렇게 하루 시간을 다 쓰고 나면, 몸은 완전히 투항 직전의 장졸처럼 기진맥진해져서 오로지 집 생각밖에 안 남게되는 것이다. 가는길에 한잔 걸칠수 있다ㅕㅁ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그걸로 피로한 몸이며 머릿속 찌끼들을 씻어 내고 나면, 집은 그 자체로 고스란히 천근같은 몸을 받아 안아 눕혀주는 어머니 손 같았다. 그리고 아내나 딸은 그 집안 에 당연히 포함된 어떤 내용물 같은 존재였다. 둘도 나름대로 바깥 삶이 있고 서로 간섭하거나 불편을 끼칠수 있고 삐죽삐죽 튀어나오거나 부딪칠수 잇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집의 애용물로 포함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지 못했다. 어쩌면 인정하기가 싫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집은 나에게만이 아니라 아내나 딸에게도 엄연한 둥지라는 걸. 그리고 그 둥지를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나들든 내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그조차 언제까지나 그대로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것도 낡은 집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래 묵어서 편하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여기저기 닳아서 자꾸 탈이 나고 손을 보아야 하는 집같은 존재들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자꾸 고치고 돌보면서 계속 살아가야 하겠지.

 

 

 

오늘 울아들이 컴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노크 없이 불쑥 들어갔더니 화면에서 뭔가를 클릭하는 장면을 포착...

한마디 쏘아붙여주었다.

삐져서 자기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 아들

한참있다 나온 아들은 핸펀 업데이트 시키는데 불안해서,

얼마전 남편이 모르고 핸펀 업데이트중 내비업데이트를 같이 시키는 바람에

아들 핸펀이 내비의소프트웨어로 인식되는 불상사가 있었기에...

앞에 지키고 있으면서 공부하다가 다끝나서 클릭하는 순간 엄마가 들어왔다는 설명...

 

아마 엄마에게 사과의 문자를 보내려다 그만둬 버린 재형이와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쿨한 엄마가 되어야지 마음을 먹다가도 매일매일 일상이 그게 잘 안된다.^^

 

 

 

 

 

 

 

가족 입니까

작가
임어진, 김해원
출판
바람의아이들
발매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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