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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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황금가지,2021년)

맥스 글래드스톤 과 아말엘모흐타르의 SF 소설입니다. 책의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이슈를 발견했습니다. 이 책이 발간 3년 후에 갑작스러운 역주행을 통해 주목받게 된 책이라는 거죠. <Trigun (트라이건)> 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북중미에서 상업적으로 대 성공을 거둔 만화입니다. 이 만화의 팬인 bigolas dickolas wolfwood라는 사람이, 트라이건 팬계정에 2019년 출시된 이 책을 즉시 구매할 것을 암시하는 트위터를 올렸고, 실제로 많은 독자들이 즉시 구입을 진행함으로써 역주행 열풍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 소설은 화제를 모으며, 2023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까지 했다더군요.

이 책은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편지를 여러장 모아 만든 소설입니다. 일반적인 독자 대부분이 편지글의 형식을 지닌 소설을 몇 편 읽어보지 못한게 사실이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나 '미나토 나가에'의 <왕복서간> 같은 책들이 있지만 보편적인 형식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서간체 소설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은 책이라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화자의 자기 고백적 문장들은 그 나이대의 풍부하고 무모한 감정을 극대화 시킴으로서. 독자에게 따뜻함과 좌절을 오가는 양가적인 감정을 잘 전달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랑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극단적 과정을 효과적으로 납득시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간체 소설들이 쉬이 잊히거나, 기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속 독특한 이야기 방식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거나, 효과적인 전달체계보다는, 작가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일 따름이지만) 서간체 소설 같은 독특한 형식의 글을 읽을 때면 '오~ 내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한 권의 소설로 발전시켰을까.' 같은 닭살 돋는 생각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소설 또한 기존 서간체 소설의 단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 소설은 조금씩 고조되는 감정들의 미묘한 변화며, 돌변하는 시점 등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연애 소설이면서, 배경에 대한 여백이 많은 상태로 등장하는 SF 소설입니다. 그런데 작가들은 진행에 시적 표현이나 난해한 문장의 활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이 이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만 작용하더군요.

따라서 이 소설이 어렵다거나 , 지루하다거나, 재미가 없다면 그건 독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에 가깝죠. 제 입장에서는 장점이 별로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번역이 엉망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적잖은 공을 들였을 것 같은 번역이 이 책의 거의 유일한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서간체 소설이라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한 번 더 읽는 게 좋을 것 같고, 진정한 재미를 주는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이라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한 번 더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은 위의 두 소설의 장점을 합쳤다기보다는, 위의 두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단점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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