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부분의 서간체 소설들이 쉬이 잊히거나, 기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속 독특한 이야기 방식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거나, 효과적인 전달체계보다는, 작가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일 따름이지만) 서간체 소설 같은 독특한 형식의 글을 읽을 때면 '오~ 내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한 권의 소설로 발전시켰을까.' 같은 닭살 돋는 생각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소설 또한 기존 서간체 소설의 단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 소설은 조금씩 고조되는 감정들의 미묘한 변화며, 돌변하는 시점 등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연애 소설이면서, 배경에 대한 여백이 많은 상태로 등장하는 SF 소설입니다. 그런데 작가들은 진행에 시적 표현이나 난해한 문장의 활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이 이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만 작용하더군요.
따라서 이 소설이 어렵다거나 , 지루하다거나, 재미가 없다면 그건 독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작가가 의도한 것에 가깝죠. 제 입장에서는 장점이 별로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번역이 엉망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적잖은 공을 들였을 것 같은 번역이 이 책의 거의 유일한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서간체 소설이라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한 번 더 읽는 게 좋을 것 같고, 진정한 재미를 주는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이라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한 번 더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은 위의 두 소설의 장점을 합쳤다기보다는, 위의 두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단점이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