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미 위드 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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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미 위드 유 (세종서적, 2018년)

원 제 Take Me with You (2013년)



1. '테이크 미 위드 유'입니다.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전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거나, 원문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풍미로 인해 외국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삼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번역된 한글 제목이 적당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면, 번역자나 출판사의 재량으로 한글 작명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의 제목이라면 독자를 위한 번역의 노력을 덜 기울인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 소설은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묘사는 빈틈없어서 등장인물 사이의 어색함이나 빈 공간까지 느껴지더군요.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일상의 단면을 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삶의 작은 부분을 그토록 자세하게 서술하지만 큰 부분은 뚝뚝 끊어지며 넘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더군요.

3. 책은 3개의 'Part' 와 한 'Part' 당 7~11개의 Chapter로 각각 나뉘는데, Chapter는 같은 시간 동안 공간의 변화에 의해 나뉘는 느낌이었지만, (이 부분에서, 장과 절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왜 영어로 표기했는지도 의문이네요) 한 개의 Part에는 10년여의 시간 차이가 있었습니다. 즉 Chapter는 공간의 변화, Part는 시간의 변화인데, 공간의 변화는 시간적 연속성을 가지는데 반해 시간의 변화는 연속성이 없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Part 내에서의 세 사람의 화학작용은 밀도 있게 느껴지지만, Part를 벗어난다면 우연으로 시작된 세 사람의 관계가 치밀하게 10년이나 20년 유지될 수 있는지 의구심은 들었습니다.

3. 이 소설은 버라이어티쇼로 치면 '삼시 세끼'같은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쇼'입니다. 소설 내 극적 위기의 순간조차 고저가 적고, 악화 일로로 치닫던 위기는 대부분 순조롭게 해결됩니다. 이 소설은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은 아닙니다. 애초에 이런 유의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소설 읽기를 시작하자마자 포기할 테고, 읽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이런 방식의 소설에 호감이 있는 독자들일 테니까요. 국내의 평점도 불호없이 높은 편고, 미국 도서 사이트의 평가도 대체로 5점 만점에서 4점에 수렴하는 게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마치 '저자극 감미료'같은 소설로, 누구에게든 인상에 확실히 각인되는 소설은 아닙니다. 글루탐산나트륨 (MSG)이 팍팍 들어간 단짠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독자에게도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정의,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Alcoholics Anonymous)이라는 협회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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